[사설]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공염불 안 될까

논설 위원I 2018.01.24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표현으로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를 통해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출시부터 허용하고 필요하면 나중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시행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보고됐다. 드디어 ‘규제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와의 전쟁에 나섰다가 하나같이 처절하게 패배한 기억이 없지 않다. ‘손톱 밑 가시’를 철폐하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한 박근혜 정부가 하나의 사례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끝장토론’에서 끌어낸 관광호텔 신축규제 철폐 방안조차 ‘교육환경 저해’라는 집단민원에 밀려 한낱 휴지조각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으니, 다른 것은 보나 마나다.

전봇대 때문에 트레일러가 못 다닌대서야 말이 되느냐며 ‘규제 전봇대’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한 이명박 정부나 ‘규제총량제’와 ‘규제 기요틴’을 각각 표방했던 노무현 및 김대중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규제혁신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뻔하다. 이해단체와 노조 등 기득권 세력과 규제가 자기들의 밥줄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의 교묘한 어깃장 때문이었다.

정부가 포괄적 네거티브를 당장 적용해야 할 분야로 꼽은 추진 과제만 봐도 규제혁신이 그동안 얼마나 지지부진했는지 단박에 드러난다.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를 교통안전표지판에 쓰지 못한다거나 간·신장 이식수술은 되고 안면과 족부는 안 되는 등 4차산업 시대를 맞아서도 지난 시대의 동떨어진 규제로 묶는 꼴이다. 박근혜 정부가 액티브X 설치 의무를 폐지하자 금융당국이 공인인증서라는 또 다른 규제를 들고 나오는 식이어서는 규제혁신은 백년하청일 뿐이다.

정부는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자유롭게 놀게 하듯이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같은 혁신적 발상에는 규제의 칼을 들이대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원격의료도 불허하는 현실부터 바로잡고 볼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야말로 혁명하는 의지로 규제 철폐를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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