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세대전]HDC신라, IT·한류 접목해 ‘2030 싼커’ 잡는다

최은영 기자I 2016.11.11 05:30:00

삼성-현대 합작..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HDC신라면세 2호점
‘밀레니얼 세대 자유여행객’ 주목..‘리테일먼트 매장’ 목표 설정
강북 1호점은 '도심 최대', 강남 2호점은 ‘작지만 강한 면세점’ 표방
지난해와 달라진 시장 상황에 주목. 전략적 면모 이번에도 통할까

HDC신라면세점이 서울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운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이 건물 1~6층에 약 1만3000㎡ 공간을 면세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지난해 1차 서울면세점 전쟁에서 ‘삼성과 현대의 합작’ 카드로 승부수를 띄운 HDC신라면세점이 2호점 유치 경쟁에서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싼커(散客·개별관광객)’다.

한국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큰 축인 ‘유커(遊客·중국인관광객)’의 중심이 ‘싼커’로 이동하고 현실에 주목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는 저가 패키지 상품을 근절하겠다면서 방한 단체관광객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이 두 번째 면세매장으로 강남, 그중에서도 최대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삼성동을 입지로 점찍은 이유다.

HDC신라면세점은 중국의 개별관광객 중에서도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주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이 선호하는 한국의 앞선 IT 기술과 한류를 결합한 ‘리테일먼트(retailment 쇼핑+재미)’ 매장을 만들어 20~3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것이 HDC신라면세점의 구상이다.

2호점 1층 로비에는 6m에 이르는 높은 층고를 활용한 홀로그램 영상과 미디어월, 디지털 사이니지 등 첨단 IT 시설이 들어선다.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기술을 비롯해 삼성 SDS의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빅데이터 활용) 기술도 동원된다.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자신의 간단한 취향을 입력하고 ‘MR 피팅룸’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의뢰인에게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해주는데 향후에는 축적된 관광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여행지와 맛집 코스까지 안내할 수 있다고 HDC신라면세점은 설명했다.

◇강점(Strength)=치밀한 시장분석 능력과 전략

올해 신규면세점 사업자 4곳(대기업 3, 중소·중견 1)이 추가로 선정되면 서울지역에만 시내면세점이 기존 9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옛말이 된지 오래이고 생존부터 고민해야 하는, 사실상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렇듯 달라진 시장 환경을 염두에 두고 목표를 설정한 뒤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웠다. 1호점 입찰 당시 ‘동북아 최대 도심형 면세점’으로 규모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강남 2호점은 ‘작지만 강한 면세점’을 표방하고 있다. 이번에도 HDC신라면세점은 시장분석 능력과 전략 측면에선 경쟁사들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된 ‘특허구역 관리 역량’과 ‘경영 능력’에서 우위에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모기업인 호텔신라는 국내 최초, 최고 등급의 AEO(세계관세기구 우수기업 인증)를 획득하며 면세점 운영역량을 인정받았다. 세계 3위,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도 AEO 등급은 A로 호텔신라(AA)보다 낮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특허를 받은 면세점 가운데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3대 명품 중 하나인 루이비통도 가장 먼저 유치를 약속받았다.

◇약점(Weakness)=작은 매장과 상권 중복

HDC신라면세점이 입지로 내세운 곳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다. 서울면세점 9곳 가운데 유일하게 강남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코엑스몰점이 지척에 있고, 강남 지역에서 30년 넘게 백화점을 운영해온 이 지역 터줏대감 현대백화점도 코엑스와 인접한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상권이 중복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입지가 매력적이라는 뜻도 된다. 이 지역은 MICE(미팅·포상관광·컨벤션·이벤트) 관광특구인 코엑스 단지에 위치했으며 향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도 들어설 예정이다. 봉은사(역사·문화), 잠실운동장(스포츠, 공연 및 엔터테인먼트), 탄천(자연환경)과도 인접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지난 2차 면세점 특허경쟁 당시 신세계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같은 명동 상권에 면세점 유치 계획을 밝혔을 때에도 상권 중복 우려가 있었지만 신세계는 사업권을 따냈고, 지난 9월에는 신규면세점 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이파크타워는 총 15층 건물로 이중 1층에서 6층까지 약 1만3000㎡ 공간을 면세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용산 1호점의 총 면적이 6만5000㎡에 달했던 점을 떠올리면 매장 규모가 작다. 하지만 HDC신라면세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2호점은 추구하는 면세점의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상품 구성 측면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명품 브랜드를 내세우기 보단 개별관광객 위주의 변화된 쇼핑 트렌드에 발맞춰 특색 있는 국산 브랜드로 특화매장을 조성해 국산 브랜드의 명품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회(Opportunity)=강북과 강남 아우르는 면세 벨트 형성

HDC신라면세점은 이번 경쟁 입찰에서 성공하면 강북과 강남, 단체와 개별 관광객을 폭넓게 아우르는 면세 벨트를 형성하게 된다. 구매력 증대를 통한 실적개선도 기대 요소다.

호텔신라는 기존 장충동 면세점까지 서울 시내에만 모두 3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며 국내 2위 면세사업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00억원을 투자해 용산 아이파크몰 증축·리뉴얼 계획을 밝힌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치우친 그룹의 역량을 유통으로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이번 2호점은 현대산업개발의 종합개발능력에 더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면세점 후보지인 아이파크타워는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설계한 건물로 외벽 중앙에 설치된 대형 원형 구조물 등 2004년 완공 당시부터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강남구는 최근 삼성동 코엑스 일대를 대형 LED 전광판이 번쩍이는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처럼 만들기 위해 ‘옥외광고물자유표시구역’ 후보지로 내세운 상태로 올 연말 최종 선정되면 독특한 건물외관에 IT융복합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HDC신라면세 2호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협(Threat)=기회의 형평성 문제

이번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HDC신라와 현대백화점이 벌이는 ‘현대가(家) 싸움’이다. 두 기업은 면세점 부지까지 삼성동으로 같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에 배정된 면세점 티켓은 3장으로 이를 위해 5개사가 뛰어들었다. 그 가운데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있었던 2차 입찰경쟁에서 놓친 특허권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고 현대백화점은 입찰에 나선 5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는 면세점이 없다. HDC신라는 신세계와 함께 확장전의 성격이 강해 면세점 운영능력 등 객관적인 평가와 상관없이 기회의 형평성 측면에서 뒷말이 있을 수 있다.



▶ 관련기사 ◀
☞ [3차 면세대전]SK네트웍스, 복합리조트 구상 성공할까
☞ [3차 면세대전]SK네트웍스 "韓 마리나베이샌즈 꿈꿔" 온리원 전략
☞ [3차 면세대전]롯데, 경쟁력은 최고 대외변수가 관건
☞ 치고받고, 말바꾸고…혼돈의 면세특허 경쟁
☞ 최순실 게이트, 면세특허에도 불똥?…숨죽인 면세업계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