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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월간 주택 가격 동향을 발표하는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주택 시세 통계가 엇갈리며 주택 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주택은행 시절부터 30년 넘게 주택 통계를 선보인 KB국민은행이 3만 개를 웃도는 표본과 호가를 중심으로 현장 시세를 중시한다면 한국감정원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등의 모니터링 과정을 거친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각 기관이 가진 조사 방식과 기준이 달라 개인에게 맞는 정보를 선별한 뒤 직접 시세를 확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감정원 ‘전국 집값 2.4억’ vs KB국민은행 ‘이미 3억 넘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전국 평균 집값이 2억 471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산출한 지난달 전국 평균 집값은 3억 191만원. 두 기관의 평균 집값이 5475만원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서울 평균 집값 역시 국민은행이 5억 1416만원이라고 발표한 반면 감정원은 4억 6641만원으로 두 기관 사이에 4775만원의 격차가 존재한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에 대한 진단도 엇갈렸다. 감정원이 전달보다 0.01%포인트 오른 74.5%라고 발표했지만 국민은행은 0.1%포인트 하락한 75.4%를 기록해 지난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지난 7월에도 서울 평균 주택 가격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KB국민은행이 올해 6월 서울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 5억원(5억 198만원)을 넘어섰다며 대대적으로 발표하자 감정원이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5억이 아닌 4억 6000만원”이라며 국민은행의 통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아파트 표본 비율이 높아 평균 매매가격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기관이 내놓는 주택 통계가 다른 이유는 조사 방법에 차이를 보이는데다 집값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히 갈리기 때문이다. 1986년 1월 주택은행 시절부터 31년째 집값 통계를 내놓고 있는 KB국민은행은 현장 시세를 중시한다. 국민은행은 전국 1만 3000개의 공인중개업소가 직접 입력한 아파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를 근거로 주간 아파트 시세를 산출한다. 이는 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시세 표본(7100개)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통계도 3만 4495가구에 달해 감정원의 월간 통계 표본(2만 5260가구)을 웃돈다.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현장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매주 수요일 주택 가격을 직접 입력해 실제 가격과 가깝다”며 “현장에서 아파트를 거래할 때 KB국민은행의 아파트 시세를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2012년 5월부터 국가 승인 통계 작성을 시작한 한국감정원은 공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감정원은 소속 직원들이 매주 직접 조사한 아파트값을 기반으로 국토부 실거래가와 비교하는 모니터링 과정을 거친다. 감정원은 적은 표본을 넓은 지역으로 만회한다. 감정원이 아파트값을 산출하는 지역은 전국 206곳으로 국민은행(172곳)보다 넓다. 연립·단독주택도 215개 지역에서 집값을 산출해 국민은행(153개 지역)을 웃돈다. 감정원 관계자는 “중개업소가 적어 내는 가격은 실제 가격이 아닌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인 경우가 많다”며 “주택 유형별 실질 재고량에 비례한 표준을 추출해 평균값을 반영하기 때문에 호가에 반영된 웃돈은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정원 시세 통계는 실제 거래에 기반을 둬 공정한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주택 정책에 쓰이는 주요 지표인 만큼 시장 시세 반영에도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두 기관의 통계를 확인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 시세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