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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 주도로 지난해 6월 인수를 마무리한 열 관리 솔루션 기업인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의 실적개선이 뚜렷해지면서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12월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공동으로 4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한라비스테온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한온시스템 주가는 한앤컴퍼니로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경영진 교체 △중국 시장 부진 △유로화 약세 등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지만 현재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외된 시장가격 기준으로도 인수가(3조9400억원)를 10%가량 웃도는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독보적 공조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한온시스템은 높은 기술 진입장벽과 과점적 시장 여건 등으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전기차 시대 도래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과 주주친화적정책(분기배당, 액면분할, 스톡옵션) 등이 맞물린데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주주 변경 이후 PEF의 과도한 비용통제에 대한 우려감은 향후 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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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지배이후 비용 통제 강화..인건비 줄이고 협력사 옥죄기·R&D 감소
본격적인 비용 통제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1분기 한온시스템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8% 오른 1조428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30.8% 오른 1048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을 내놨다.
IB업계는 이같은 실적 개선은 재료비와 노무비 등 각종 비용을 강력하게 통제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연간 지급 급여는 2014년 1814억원에서 2015년 1765억원으로 49억원 감소했다. 반면 직원수는 정규직이 40여명 감소한데 비해 계약직이 130여명 늘어나 전체 직원수가 84명 늘어난 2136명을 기록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비용통제도 강화됐다. 이에 지난 4월 협력사 중 한 곳이 납품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협력사의 일탈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PEF로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지나치게 협력사들을 옥죄면서 발생한 사태로 보고 있다. 매출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를 우려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기는 했으나 협력업체와의 마찰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보수적인 기술투자(R&D)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는 465억원으로 전년 780억원대비 315억원(40.4%) 감소했다. 김평모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경쟁사들은 한온시스템의 매출액 대비 3~6배의 매출액을 바탕으로 막대한 R&D 투자를 지속하는 등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온시스템의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부품사들 중 자동차 동력 전장화 수혜주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내놨다.
비용통제는 대주주 변경이후 집행임원 대부분을 교체함에 따라 기업의 영속성을 떨어뜨린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변경 이후 한라공조시절부터 재직했던 임원들 대부분이 회사를 나가게 됐다”며 “외부 전문 CFO 영입은 비용 통제를 통한 재무지표 개선으로 집중된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용 에어컨 시스템과 프런트 엔드 모듈(FEM), 압축기, 열교환기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공조제품 전문 제조회사다. 자동차용 공조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업체들은 한온시스템과 두원공조, 한국델파이 등 3사로 한온시스템이 공조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현대자동차 포드 폭스바겐 BMW 크라이슬러 마쯔다 르노닛산 등으로 지난 2013년 비스테온 공조사업 인수 이후 거래처 다변화로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는 다소 완화됐다. 현대차그룹 포드 기타 업체의 매출비중은 5:2:3 수준으로 지역별 매출액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 유럽(32.2%)이 한국(30.9%)를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