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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김별아·장강명…한국소설 하반기 '일'낸다

김용운 기자I 2016.07.18 06:16:10

상반기 ''채식주의자'' ''종의 기원'' 열풍
하반기도 기대작 쏟아져
백민석, 10여년의 절필 깨고
내달 중 ''공포의 세기'' 출간
김별아, 근대사 여성 주역으로
기자출신 장강명도 신작 준비

하반기에 신작 소설을 선보일 백민석(왼쪽부터), 김별아, 장강명 작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소설이 몇 해 동안의 부진을 씻고 서점가의 주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한국소설 바람’은 하반기에도 신진·중견 작가의 신작을 통해 그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름과 함께 찾아온 조정래·은희경·한창훈·조경란

‘태백산맥’과 ‘아리랑’ 등의 대하소설로 한국문학의 정점을 보여준 조정래는 2013년 ‘정글만리’ 이후 3년 만에 장편 ‘풀꽃도 꽃이다 1·2’(해냄)를 출간했다. ‘풀꽃도 꽃이다’는 서울 강남의 사립고등학교 국어교사인 강교민을 중심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현재 교육시스템 아래서 어떤 고민을 하고 아픔을 겪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손자 두 명을 둔 작가가 작심하고 한국 교육 현실의 민낯을 샅샅이 헤집으며 대안을 제시한다. 출간과 동시에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쓴 ‘채식주의자’(창비)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행나무)에 이어 한국소설의 인기를 선도할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의 선물’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의 인기작가 은희경은 소설집 ‘중국식 룰렛’(창비)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술·옷·신발·사진·책·음악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품 등을 소재로 한 여섯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고향인 여수 거문도에서 바닷가를 무대로 한 소설을 주로 쓰고 있는 한창훈은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한겨레출판)를 선보였다. ‘어느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는 남대서양 화산섬인 트리스탄 다 쿠냐 섬의 이야기를 우화의 형식을 빌려 담았다. 또 조경란은 10매 내외의 짧은 31편을 묶은 소설집 ‘후후후의 숲’(스윙밴드)을 통해 소설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했다.

이달 출간한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왼쪽부터),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 조경란의 ‘후후후의 숲’, 한창훈의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김별아·백민석·구병모·천명관 ‘다양한 소재’ 눈길

1억원 고료의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미실’(2005)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별아는 2014년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이후 다시 한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신작으로 독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8월 중순 해냄에서 나올 신작은 근대사에 획을 그었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2000년 ‘목화밭 엽기전’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짚어냈던 백민석은 10여년의 절필을 깨고 지난해 계간 ‘문학과사회에’에 연재했던 ‘공포의 세기’(문학과지성사)를 엮어 8월 중에 펴낼 예정이다. ‘공포의 세기’는 ‘목화밭 엽기전’의 한창림을 다시 등장시켜 인간에 가해지는 정신폭력을 심도있게 탐구한 작품. 백민석 특유의 ‘엽기’와 ‘하드고어’의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후문이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위저드 베이커리’(2009)로 호평을 받은 구병모도 ‘한 스푼의 시간’(가제·위즈덤하우스)을 8월 중에 내놓는다. 비행기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세탁소 주인 정명에게 갑자기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이 배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로봇이 등장하지만 SF장르라기보다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에 가깝다.

2003년 문학동네를 통해 데뷔한 이후 ‘고래’(2004)와 ‘고령화 가족’(2010)을 통해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평가를 받은 천명관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가제·위즈덤하우스)를 9월 중에 낸다. 2012년 출간한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후 4년 만의 장편소설로 인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남자들이 펼쳐놓는 군상을 넉살스럽게 그린다. 웹소설로 발표한 원고를 좀 더 다듬어 선보인다.

◇기자출신 소설가 장강명 1700매 장편도

신문기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이후 현재 한국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업을 하는 작가로 꼽히는 장강명은 10월 중 출간하는 ‘우리의 소원은 전쟁’(가제·위즈덤하우스)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사회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질 계획이다. 데뷔작인 ‘표백’(2011)을 시작으로 지난해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부대’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장강명은 급박한 사태가 벌어진 뒤의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를 통해 남북문제를 환기시킬 예정이다. 장 작가에 따르면 신작소설은 200자 원고지 1700매 분량의 장편으로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가운데 가장 길고 스케일이 크다고 한다.

김중혁은 ‘나는 농담이다’(민음사)를 통해서 하반기에 독자를 만난다. 지난해 ‘문학동네 소설상’에 선정된 ‘소각의 여왕’의 이유 작가도 하반기에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소설집을 낼 예정이다. 성석제와 한승원, 김언수 등 중견작가도 문학동네를 통해 하반기 중 신작소설을 낼 계획이다.

인터파크 도서의 이화종 MD는 “올해 상반기 ‘채식주의자’와 ‘종의 기원’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주도하며 모처럼 한국소설의 인기가 치솟았다”며 “하반기에도 신진·중견작가의 신작이 줄지어 나오면서 최근 몇년간 부진했던 한국소설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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