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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걸려 벗겨낸 13억광년 전 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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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I 2016.03.02 06:17:05

아인슈타인 '중력파' 증명 100년 도전기
13억광년 밖 두 블랙홀 충돌 신호서 잡아내
중력파 둘러싼 사투·탐험 최초 정리
우주 창 열어…새 미래 열릴 것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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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오정근|292쪽|동아시아

“질량을 가진 물질이 가속운동을 하면 그 변화가 시공간의 일렁임으로 나타나고 시공간을 변화시킨 에너지가 파동처럼 전파된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를 예견한 지 100년 뒤. 14억 광년 밖 두 블랙홀이 충돌·병합하면서 방출한 신호,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사진=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6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단에 사는 한 외계인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 모습이 지구에 감지됐으니까. 중력파로 전달이 됐으니까.

10초 뒤 머리 위에 돌덩이가 떨어진다고 해도 알아채지 못하는 인간이 또 일을 저질렀다. 수천만 광년이나 떨어진 다른 행성을 기웃거린 거다. 지난 2월 11일 한 과학자집단의 발표에 세계는 불난 호떡집이 됐다. ‘중력파 검출 성공’이 발표내용. 100년 만에 개봉한 타임캡슐이라고 했고, 인류집단지성이 이룬 쾌거라고 했다. 13억년 전 우주서 블랙홀 2개가 던진 물결이 이제야 새로운 우주를 열어준 거라고도 했다. 모처럼 지구촌이 입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중력파가 뭐길래 이 난리들인가.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원리. 중력파가 그것이다. 에너지가 전달되는 파동. 다만 스케일이 다르다. 우주다. 우주에서 별이 폭발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생기는 잔물결 같은 거란 얘기다. 다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으니 알아채기 매우 힘든 신호라는 것. 세기가 너무 약한 탓이다. 그래서 그 신호는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거나 블랙홀이 폭발하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천문학적 현상으로만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왔던 터다.

그럼에도 중력파 한번 검출해보자는 건 과학자들의 숙원이었다. 1960년대부터 세계적 규모의 실험과 관측이 시작됐다. 중력파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직후였다. 2000년대에 비로소 중력파 검출만을 위한 관측소를 세웠다. 세계의 똘똘한 과학자를 불러모은 라이고(LIGO·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가 그것이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들이 해냈다. 2015년 9월 14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을 축하하듯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것이다. 6개월여의 검증을 거치고 마침내 지난 2월 11일 ‘중력파 검출 성공’을 발표했다.

책은 중력파 검출 실험을 최초로 시도한 조지프 웨버(1919∼2000) 이후 지난 55년간 현장서 써나간 중력파 검출의 역사다. 중력파를 둘러싸고 벌인 사투, 중력파 하나만을 향한 인류의 탐험과정을 옮긴 지난한 회고며, 적확한 보고다. 이를 기록해낸 이는 오정근(44) 국가수리과학연구 선임연구원. 중력파 검출 실험에 성공한 1000여명의 과학자가 속해 있는 라이고 과학협력단의 한국인 14명 중 한 명이다.

▲“당신이 옳았소, 아인슈타인”

그런데 중력파를 말하면서 왜 아인슈타인(1879∼1955)을 들먹이는가. 중력에 대한 이해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비로소 정립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론의 마지막 고리가 남아 있었으니, 중력파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존재를 확언하면서 불씨를 던졌다. “질량을 가진 물질이 가속운동을 하면 그 변화가 시공간의 일렁임으로 나타나고 시공간을 변화시킨 에너지가 파동처럼 전파된다.”

당장은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지난 100년간 ‘있다’ ‘없다’를 오가며 참 말들이 많았다. 산으로 바다로, 시행착오도 끝이 없었다. 그러다 100년 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중력파는 있었고 아인슈타인의 예견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13억 광년 밖 블랙홀 2개가 충돌한 신호”

용어조차 익숙지 않은 실험과 기술, 이론 등이 가득하다. 덕분에 책은 공부깨나 시킨다. 모두를 새길 필요는 없겠지만 중력파를 감지해낸 ‘검출기 진화형태’는 상식으로도 유용하다.

1969년 웨버는 ‘웨버 바’란 중력파 검출기를 제작해 실험을 했는데, 채 1년이 안 돼 웨버 방식의 ‘바 검출기’를 구축하는 그룹이 10개 이상 생겼단다. 스티븐 호킹, 킵 손 등이 뛰어들었고 1984년 중력파를 간접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2002년 가동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검출기’는 중력파의 민감도(10의 마이너스 21제곱)에 도달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6500만 광년 떨어진 외계인의 머리카락을 알아채는’ 감도 말이다. 그런데 감지도가 높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란다. 그 사이 끼어든 지진·번개, 차소리, 새소리 등 각종 소음은 걸러내고 순수한 중력파만 가려내야 하니.

그러던 2015년 그날 신호 한줄기가 걸려들었다. 수많은 물리학자·천문학자·공학자·컴퓨터과학자 등이 머리를 맞댔다. “정말 중력파야?” 잠시 후 결과가 나왔다. “13억 광년 밖에 떨어진, 태양의 36배와 29배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 2개가 충돌·병합하면서 방출한 신호, 중력파 맞다.”

▲블랙홀에서 끌어온 ‘시그널’

다 좋다. 그런데 우주라곤 별, 달, 태양이 아는 것의 전부라 할 대중이 중력파에서 무엇을 건져낼 건가. 저자는 이 모두가 지구인의 일상과 무관치 않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당장 아인슈타인의 예견을 입증했다는 사실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거다. 미래를 뒤집을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 거니까. 오래전 전자기력이 무선통신문명을 열었듯, 양자역학이 인류에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쥐어줬듯, 중력파를 응용한 문명이 어떤 걸 가져올지 누가 감히 예측하겠느냐는 거다.

확실한 건 이거다. 우주를 꿰뚫어볼 다른 창을 갖게 됐다는 것. 인류가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통해 인체와 땅과 하늘을 들여다봤듯 이젠 중력파를 통해 우주가 감춰둔 장면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중력파 검출 발표 이후에 부랴부랴 준비한 책이 아니란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초고를 넘긴 직후 중력파 포착 소식을 들었단다. ‘사초를 작성하는 사관의 마음’이었다는 저자의 토로가 어찌 재미로만 읽히겠나. 언제 풀릴지 모를 과학퍼즐 한토막을 위해 1조원을 쏟아부었다는 미국은 또 제정신인가. 그래, 선진국과 후진국은 이렇게 갈린다. 책에 머리를 박고 있자면 이러저러한 괴리감에 시달리기도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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