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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판채널 비결은 '신뢰성', '안정성'

유근일 기자I 2016.02.15 07:00:00

진입하기 어려워도 기존 고객 이탈 적어
제반 비용 들지 않고 대면 접촉 용이해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방문판매(이하 방판) 업계에서는 비대면 거래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에도 방판이 다시 인기를 얻는 이유로 ‘신뢰성’과 ‘안정성’을 꼽는다.

직접 얼굴을 대면해 영업을 수행하는 만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덜할 뿐 아니라 제품에 큰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기존 제품을 계속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방판 영업채널을 이용하는 제품 대부분이 고가품이면서도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방판 영업의 특징은 렌털 업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렌털 업체들이 주로 취급하는 제품들은 정수기, 비데와 같이 소비자와 밀접한 생활가전에 집중돼 있다. 고가의 제품을 단번에 사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할부로 제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주기적인 방문을 통해 제품 관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렌털 업체들이 매트리스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것도 방판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기 쉬운 제품이기 때문이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모두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어떤 제품이 좋다고 체감하기보다는 얼마나 더 신경 써 위생 관리를 하느냐 여부가 더욱 영향이 크다”며 “기존 제품을 빼고 타사의 새로운 제품을 들이기는 어려워도 서비스 관리만 잘하면 기존 소비자들이 이탈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렌털 업체들이 신규 계정 유치보다도 제품 해약률을 낮추는 데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렌털 업계는 제품 해약률이 0.1% 떨어질 경우 신규 계정을 4000개 확보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 1달만 계약했더라도 이미 해약한 제품은 중고 제품으로 취급돼 재고 부담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렌털 업체들은 제품 해약률을 낮추기 위해 서비스 인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고가 화장품 판매를 개시한 코웨이(021240)가 기존 방판 서비스 조직을 통하지 않고 별도의 조직을 꾸린 것 역시도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료=금융감독원
렌털 사업처럼 주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전통적인 방식의 방판은 여전히 안정적인 영업 채널이다.

해묵은 영업 채널로 여겨졌던 방판 시장은 성장을 지속하는데 반해 백화점·전문 소매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은 감소세다. 통계청이 지난 2일 집계한 2015년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누적 소매판매액은 29조2020억원으로 전년 동기(29조3230억원)보다 0.4% 줄었다. 일정한 매장을 갖추고 특정 상품을 전문으로 파는 전문소매점의 판매액도 101조3540억원으로 3650억원 가량 내려앉았다. 반면 방문판매 시장의 규모는 2010년 10조원에서 2015년 13조원까지 약 30% 가량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2~2013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백화점 채널은 6940억원에서 3187억원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2372억원에서 3044억원으로 늘었다. 온라인 매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이미 백화점 매출은 성장세가 꺾인 셈이다. 올 3분기까지 백화점 매출은 2500억원 안팎에 불과했던 반면 온라인 매출은 3750억원까지 늘었다.

(자료=통계청)
*백화점 및 전문소매점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판매량 합계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백화점, 규제의 벽에 가로막힌 할인점의 회복은 올해에도 어려워 보인다”며 “과거 고급 소비 채널을 대표하며 프리미엄을 누렸던 백화점이지만 향후 전망은 다소 어둡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판매가 줄어들면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매장을 우선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라며 “방판 조직은 대리점만 몇 군데 있으면 매출에 비례해 후원금을 제공하는 형태인 만큼 판매원들과 갈등을 빚어가며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판 제품이 여타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도 매장 유지비용과 임직원 퇴직금을 포함한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자연스레 줄어서다.

금융투자업계가 방판 영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방판 영업의 특성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투자자 대부분이 이제는 객장을 직접 찾기보다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통해 거래하는 만큼 객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투자자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투자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웃도어세일즈(ODS)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어원경 직접판매협회 상근부회장은 “다단계 판매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애터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방판 채널은 합리적인 가격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제품의 신뢰도를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점이 기존 오프라인 채널과 다른 점”이라며 “온라인 등록 및 쇼핑 시스템 구축 등 비대면 거래 기법을 활용한다면 직접 판매 채널이 가진 강점은 더욱 배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거래가 한창 등장할 초기까지만 해도 방판 시장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시장이 의외로 죽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업계 자체에서도 지속적으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방판 유통 채널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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