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브랜드가 아닌 ‘노 브랜드(No Brand)’가 대세로 통한다. 저성장 기조가 길어지면서 브랜드의 후광보다는 실용적 가치(value)를 염두해 소비하는 시대다.
노 브랜드 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최고의 품질만을 고집 않는다. 가격 대비 적합한 품질을 갖추는 제품을 찾아나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각종 사용후기를 바탕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가려내는 데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올해 돌풍을 일으킨 중국 IT회사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가장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11번가에 따르면 작년 1~8월까지 샤오미 제품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3823%나 증가했다
이와 같은 실속형 소비 바람에 국내 유통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자체브랜드(PB) 키우느라 바쁘다. PB제품은 유통업계가 제조업계와 직접 물건을 기획해 가격은 기존 브랜드 제품의 거품을 뺀 상품이다.
|
소비자들은 노브랜드의 높은 가성비에 바로 반응했다. 노브랜드 원통형 감자칩(990원)의 경우 출시 43일 만에 2억2000만원어치(25만개)가 팔릴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출시된 노브랜드 제품은 감자칩과 물티슈, 즉석밥 등이며 향후 300개 품목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다. 사치의 상징으로 불리던 명품 브랜드도 실속 소비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노(No) 세일’ 브랜드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샤넬’과 ‘구찌’가 차례로 제품 할인에 돌입했다.
샤넬이 작년 초 환율정책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내린 데이어 구찌는 5월과 11월 총 2번의 시즌오프를 실시했다. 할인폭은 최대 50%에 이르렀다. 당시 구찌 관계자는 “1년에 두번 진행하는 정기 할인”라고 설명했지만 할인 폭이 평소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황에 따른 경영난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브랜드 마크만 붙었다고 해서 판매가 보장되는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라면서 “똑똑해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높은 가성비의 제품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포토]"FTA로 저렴해진 체리 맛볼까"
☞"위기의 제주농가 돕자"..이마트, 제주감귤 20% 할인
☞배송 전쟁, '더 싸게' 대신 '더 신선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