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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일반인보다 싼 가격에 볼 수 있다. 평일 9000원, 주말 1만원인 영화표를 장병들은 6000원(메가박스 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30% 이상 저렴하다. 본인을 포함한 4명까지(메가박스는 본인만 할인) 할인해 준다. 외식업체 빕스도 군인은 40% 할인혜택을 부여한다. 에버랜드는 올해 6월30일까지 군인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롯데월드는 50%를 할인해 준다. 사병 뿐 아니라 사관생도, 장교, 장군 등 군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20년 이상 복무한 예비역 군인, 주한미군 및 6·25 한국전쟁 참전국 주한 군인도 수혜 대상이다.
◇‘명량’ 특별 상영 계기로 CJ그룹 CGV 할인
군은 2011년 민간과 협약을 맺고 전후방 부대 70곳에 병영내 영화관인 ‘디지털문화관’을 설치해 운영하는 등 주로 병영내 복지 확대에 주력해 왔다. 군이 외부로 눈을 돌린 것은 2011년 육군 9사단 한 소속 장교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영화 할인 혜택이 발단이 됐다. 이 부대는 독자적으로 롯데시네마와 협약을 맺고 사단 소속 군인들이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타부대 소속 군인들이 9사단을 사칭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국방부는 롯데시네마측과 협약을 맺고 2013년 7월 할인 혜택을 전군으로 확대했다.
롯데시네마에 국한됐던 할인 혜택이 CGV로 확대된 것은 이순신 장군 덕(?)이다. 176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명랑대첩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CJ E&M은 작년 7월 국방부에 특별 시사회를 제안했다. 군당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및 합참 직원들이 서울 용산 국방부 대강당에서 특별시사회를 가졌다. 특별 시사회가 끝난 후 군 당국은 CJ E&M측에 CGV내 영화 할인 혜택 제공을 요청했고, CJ그룹은 영화뿐 아니라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빕스(VIPS)에서도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CJ그룹은 CJ제일제당 제품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군인 전용 온라인몰을 개설할 예정이다. 군이 먼저 손을 내밀자 민간이 호응해 군인 복지를 증진한 대표적 사례다.
군 관계자는 “외박이나 휴가를 맞아 외부로 나간 병사들이 문화, 외식, 레저 등 혜택을 누리게 하면 스스로 군 복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 군 사기 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사회공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CJ그룹은 “그룹 창업이념인 ‘사업보국’(事業保國)을 실현하고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군 후원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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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 민군 협력을 통한 군인 복지 증진을 책임질 전담 부서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각 업체와 협약은 국방부 문화정책과, 복지정책과 등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다. 컨트롤타워 없이 추진된 탓에 통일된 철학이 없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미군의 경우에는 사기·복지·레크리에이션(MWR) 프로그램을 기초로 군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역 내 영화, 연극 등 문화공연 할인티켓을 판매하고 미국 전역의 레저 및 여행 관련 서비스를 할인 가격에 공급한다.
미군은 MWR의 기본철학을 ‘국가 방위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과 가족들에게 사회와 동등한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함에 있다’고 규정한다.
군 관계자는 “제한된 국방예산 내에서 전력증강에 초점을 두다보니 상대적으로 군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군에서도 노력하겠지만 민간의 관심과 지원은 장병들의 복지 증대를 통해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협조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