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려 하고 세입자는 월세를 기피하는 수급 불일치로 월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부가 월세 지원 정책 확대에 소극적인 주요 이유다.
정말일까? 정확히 말하면 정부도 ‘잘 모른다’. 이런 식이다.
◇감정원 “월세 떨어진다” vs 통계청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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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은 지난달 8개 시·도의 주택 월셋값이 한 달 전보다 0.1% 떨어졌다고 1일 밝혔다. 지난 10월부터 2개월 연속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월셋값은 전월 대비 0.2%, 지방광역시는 0.1% 내렸다. 서울(-0.2%), 경기·인천(-0.01%)이 일제히 하락했고, 울산(0.01%)과 광주(0%)를 제외한 대전·대구(-0.01%), 부산(-0.02%)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주택 유형별로도 오피스텔·연립 및 다세대(-0.2%), 아파트·단독(-01%) 순으로 월셋값이 많이 떨어졌다. 감정원은 같은 방식의 조사에 근거해 지난 10월에도 8개 시·도 월셋값이 전달보다 0.2% 떨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계청 얘기는 다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10월 전국 주택 월셋값은 전월 대비 0.1%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월셋값은 2006년 4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 9월을 제외하고 매월 월셋값이 하락했다고 밝힌 감정원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2일 내놓을 11월 월셋값 동향도 감정원과 상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 관계자는 “11월 지수도 전달과 비슷하거나 오르는 추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 조사 제각각… 오류도 커
이런 시세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두 기관의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전국 5500여가구를 표본 삼아 실제 거래 건수를 바탕으로 월세 지수를 산출한다. 감정원은 표본 수가 3000가구로 이 보다 적다. 다만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아도 주변 지역 시세를 통계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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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오를수록 월세가 떨어져 보이는 ‘착시 효과’도 있다. 감정원은 보증금을 전액 월세로 돌린 완전 월셋값을 기준으로 가격 변동을 따진다. 이때 월세 전환의 기준이 되는 것이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이다. 그런데 이 이율이 낮아지다보니 실제 월세가 올라도 완전 월세액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통상 전셋값이 오르면 전환율은 거꾸로 하락한다는 점을 무시한 결과다. 이를테면 전세 시세가 2년 새 2억원에서 2억5000원으로 오른 아파트의 월셋값(보증금 5000만원)이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상승해도 전·월세 전환율은 연 8%에서 6.6%로 낮아진다. 반면 통계청도 전환율을 반영한 순수 월셋값을 계산하지만 실거래가 만을 지수에 반영해 이러한 착시 현상이 덜하다.
◇先현황 파악·後정책 이뤄져야
정부도 이 같은 통계의 허점을 알고 있다. 지난 10월 말 실시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감정원과 통계청이 발표하는 월세가격 지수 통계가 달라 국민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며 “감정원 통계는 모든 월세 물건을 보증금 없는 순수월세로 전환해 산출하기 때문에 대부분 보증부 월세인 국내 월세시장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월세 거래 현황을 잡아낼 수 있는 통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부정확한 통계를 보완하기도 전에 정책 당국자들이 시세 통계를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시장 인식과 실제 시장 참여자들의 체감도가 동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 주택과 토지 거래 통계의 오류 등으로 정부의 부동산 관련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라며 “정확한 주택 임대차시장의 현황 파악과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내놓아야 시장 신뢰와 그 효과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