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D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진 뒤 이 동네도 매기가 돌고 청약통장까지 암암리에 거래되는 등 지난 2년 새 최고의 약발을 받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잔뜩 힘을 주고 구매자들은 ‘지금 집 사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착시 효과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말보다 0.22% 상승했다. 전달 집값 변동률(0.12%)의 약 2배로, 대구·부산 등 5개 광역시(0.19%)와 기타 지방(0.13%) 가격 상승 폭을 웃돈 것이다. 서울·수도권 매매가가 지방·광역시보다 많이 오른 것은 2009년 9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오름 폭이 8월부터 커지더니 현재는 지방의 1.6배를 넘어섰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 3년여간 호황을 누렸던 지방은 주택 공급 증가 여파로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반면, 서울·수도권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 5년 만에 지방 제쳐
|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서울 아파트 6435채(하루 평균 257건)가 매매 거래됐다. 작년 동월(4653건) 거래량은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매일 전달(220건)보다 15% 이상 많은 아파트가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노원사랑공인의 소미영 대표는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뿐 아니라 재건축 사업 기대감에 따른 투자 문의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역별 희비가 갈린 원인으로 우선 달라진 주택 수급 여건이 꼽힌다. 지방은 금융위기 이후 새 아파트 공급이 뜸했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는 대기 수요가 쌓이고 기존 집값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신규 분양이 잇따르다보니 수요가 점차 소진되고 투자 열기도 가라앉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침체했던 서울·수도권 시장은 최근 전셋값 상승 압박에 정부 정책 효과까지 더해졌다. 최경환 경제팀이 7월부터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축소 및 재건축 활성화 등 수도권 주택시장을 겨냥한 부양책을 연이어 내놓자 가을 이사철을 기점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매·분양시장도 ‘열기후끈’…지방은 내년에도 공급 물량 많아
|
청약 시장 분위기도 예년과 다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결과, 올해 하반기(7~9월) 서울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의 1~3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4.4대 1이었다. 전체 17개 시·도 중 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상반기(1~6월)에 세종시 등에 이어 5번째로 저조한 실적(1.8대 1)을 보인 것과 상반된 결과다. 이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위례자이’ 아파트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요즘 분양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웃돈)이 수 천 만원씩 붙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하루 200~300통씩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 더이상 신도시 개발을 않겠다고 하자 희소성이 높아져 청약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역전 현상이 굳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지방에 새 아파트가 대거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2012년 10만가구를 밑돌던 지방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10만9505가구, 올해 16만600가구로 대폭 증가했다. 내년에도 14만893가구가 입주를 앞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은 전반적인 물량 압박으로 예전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울·수도권은 공급 과잉 우려가 큰 외곽 지역이 아닌 도심 재개발·재건축 위주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