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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대 초저금리 대출상품과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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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기자I 2013.10.07 07:30:0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지난 1일 오전 9시 우리은행 홈페이지에는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연 1%대 대출금리 상품인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마감까지는 60분이란 시간이 채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은 54분만에 종료됐다.

올 들어 출시하는 주택 관련 상품마다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국토교통부는 잔뜩 흥분한 모습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종 결과도 이틀 정도 앞당겨 발표하기로 했다. 연내 추가 신청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날 54분 안에 접속한 사람뿐 아니라 공유형 모기지로 집을 사려고 한 사람은 최소한 1만명, 아니 몇 만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추가 신청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만약 신청 방법이 인터넷이란 사이버공간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5000명이 은행 앞에 한꺼번에 몰렸다고 상상해보자. 최소 몇 백명은 은행 앞에 텐트를 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지 모른다. 곳곳에서 슬쩍 끼어들기를 하려는 얌체족 때문에 다툼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집에서 은행 앞으로 가려고 신발 끈을 매다가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는 TV 뉴스를 보고 멈칫한 사람들은 속상한 마음에 자신의 신발을 째려볼지도 모를 일이다.

연 1%대 초저리 주택 담보대출 상품인 공유형 모기지는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부동산시장 침체 상황을 돌파하려는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만약 상상처럼 은행에서 직접 신청을 받았다면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린다면서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을 게 분명하다. 언론도 ‘우리나라 부동산의 현주소’라며 사설을 통해 쓴소리를 해댔을 것이다.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로또’로 여기는 이들이 상당수다. 사이버상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신청을 받았다면 분명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 로또가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정된 주거생활을 위해 이 기회에 집을 사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박을 꿈꾸는 한탕주의 심리로 이 상품에 몰린다면 분명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공유형 모기지를 바람직한 로또로 만드느냐, 사행성 로또로 만드느냐는 정부의 몫이다. 5000명의 신청자 중 대출대상 3000명을 가리는 작업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1%대 로또 대출상품. 취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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