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파트 시대의 문을 연 ‘래미안(來美安)’은 한자어로 이뤄졌다. 래미안 선포식이 열렸던 2000년에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엔 월드메르디앙, 쉐르빌, 타워팰리스 등 외국어가 아파트 브랜드명의 주종을 이뤘다.
래미안을 탄생시킨 최대 공로자는 이상대 당시 삼성물산 주택부문 사장이었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작명을 앞두고 사내공모 및 네이밍전문회사 대행을 거쳤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건 ‘LIVEX’, ‘DAUS’ 등 낯선 어감의 외국어였다. 유일한 한자명인 래미안은 가장 낮은 지지를 받았다. 이 사장의 혜안과 강력한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래미안도 없었다. 지난 4년 간 아파트 브랜드 순위(부동산114 조사) 1위 자리를 지켜온 래미안은 ‘미래지향적이고 아름답고 안전한 아파트’라는 한자에 바탕한 의미를 갖고 있다.
경쟁브랜드인 ‘자이(Xi)’는 높은 상징성이 특징이다. 자이는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의 약자다. 다른 아파트 브랜드와 달리 언뜻 들어선 그 의미가 주거와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 없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에 비해 브랜드 출시가 늦었던 GS건설은 2002년 사내공모와 두 차례에 걸친 네이밍 검토 끝에 그해 9월 이 이름을 최종 선정했다. 일차원적인 기존 작명과 달리 이름 속에 앞선 생활, 고품격 등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담아 ‘아파트 브랜드=사회적 신분’으로의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의 두 브랜드가 한자어와 영어를 사용한 아파트 브랜드의 대표격이라면 ‘푸르지오’는 순 우리말을 사용한 경우다. ‘푸르다’에 지구와 대지, 공간을 상징하는 ‘GEO’를 섞었다. 타사의 브랜드명이 아파트 기능이나 상징성 등을 강조했다면 대우건설은 이 이름을 통해 친환경을 전면에 세웠다. 푸르지오의 심볼마크 역시 PRUGIO의 ‘P’를 모티브로 하늘거리는 풀잎 모습을 형성화했다.
이색적인 사연을 가진 브랜드 이름도 있다. 반도건설의 ‘유보라’가 대표적이다. ‘보라’는 이 회사 사주인 권홍사 회장의 장녀 이름에서 본딴 것이다. “잘 키운 딸 시집 보내는 심정으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유’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인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약자로, 나중에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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