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과장은 최근 얼굴이 붉어지는 일을 겪었다. 출장길에 해외 바이어에게 건넨 선물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만 가득한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간신히 찾은 국내 브랜드 제품이었다. 하지만 그 바이어는 이미 그 제품을 3개나 가지고 있었다. 모두 한국 거래처에서 받은 것이다. 공항 면세점의 국내 브랜드 제품 구성이 빈약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바이어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최 과장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해외 브랜드가 넘쳐나고 있다. 국내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작년 국회에서 개최된 면세점 포럼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에서 롯데와 신라가 판매하는 제품의 국내 브랜드 비율은 각각 24%, 16%에 그쳤다.
해외브랜드와 국내브랜드는 매장 크기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면적(약 1만5622㎡)에서 차지하는 국내 브랜드 면적은 전체의 약 20%인 3135㎡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를 해외브랜드가 차지했다.<☞관련기사:‘배부른’ 인천공항, ‘골병드는’ 소비자>
◇인천공항公, ‘해외 브랜드’ 유치에 전력..특혜 시비도
국내 브랜드가 홀대받는 이유는 인천공항공사의 과도한 임대 수수료가 한몫하고 있다는 게 면세점업계의 주장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업체들에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수익성이 높은 해외 브랜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천공항공사가 해외 브랜드 유치를 위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0년 루이비통 매장의 입점을 위해 여객터미널 정중앙 자리를 내주고 10년동안 영업을 보장했다. 영업료율도 타 매장의 3분의 1 수준인 7% 대로 낮췄다. 공사 자체 예산으로 루이비통 대신 조사 용역도 해줬다. 면세점업계에선 파격적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문제는 이렇게 해외 브랜드 유치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공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복권사업은 이익금 전액을 국민복지 증진에 사용한다. 경마도 매출액의 16%를 레저세로, 카지노 사업도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면세점 사업은 전무하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3개 업체(롯데, 신라, 관광공사)서 거둔 임대료 수입은 공항 면세점 총 매출의 35% 에 해당하는 약 6000억원 수준이다. 이 돈은 고스란히 인천공항공사에 쌓였다.
◇일부 품목, 면세점이 더 비싸
비싼 임대료는 면세품의 가격을 올리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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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혜택을 받는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더 비싼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국가가 허가하고 통제하는 공익사업인데도 인천공항공사가 높은 임대료만 고수해 국내브랜드 위축과 제품값 인상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