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난히 세뱃돈을 많이 받는 때가 있다. 졸업식 또는 입학식이 있던 해라든지, 삼촌들이 보너스를 많이 받았던 때라든지, 가끔 어린 나이에도 돈을 과분하게 받은 적이 있다. 딱히 세어보지 않아도 두툼한 세뱃돈 봉투를 보면 뿌듯했다.
무엇보다 세뱃돈으로 뭘 살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행복했다. 이것저것 사다보면, 괜시리 필요없는 물건도 사서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반면 세뱃돈이 적은 해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적은 돈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나한테 딱 필요한 물건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쉽지 않았다.
사고 싶은 물품 목록을 만들고, 먼저 산 친구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장난감 가게에 들러 이리 저리 만져보고. 어린 나이였지만, 상당히 오랜 숙고 끝에 가장 실속있는 물건을 고르려 애썼던 걸로 기억한다.
그동안 코스피 흐름을 보면 과분한 세뱃돈을 받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올 들어 코스피는 유동성 장세를 펼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으로 유동성이 주식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흐름이 상당기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실적과 상관없이 소외됐던 업종들이 함께 올랐다. 모든 종목을 다 갖추고 있지 않고서야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을 내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유동성 장세가 서서히 저물고, 이번주부터 다음달 중하순까지 실적시즌이 도래한다. 명확하게 실적이 좋은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이 갈리게 마련이다. 이익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유동성의 힘으로 올라왔지만 실적이 나쁜 업종 및 종목은 서서히 탈락할 수 있다. 그만큼 업종 및 종목을 선택하는 데 신중을 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미국의 경기가 모두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지만 대부분 IT와 경기민감소비재에 국한된 이익 개선세일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TV의 서프라이즈 실적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건설주도 서서히 해외수주가 늘어나면서 다시 새롭게 관심받고 있다.
반면, 정유·화학업체는 지난 2월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둔화됐고, 자동차주도 엔저현상으로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뱃돈이 적었을 때 전략은 한가지 였다. 가장 실속있는 물건을 찾는 것이다. 2분기에는 확실한 실적 장세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적이 상승반전할 수 있는 반도체 가전 비철금속 건설 조선 업종 등에 압축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