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트남 `묻지마 주식투자` 현장을 가다

박호식 기자I 2007.03.26 07:53:53

한국 개인들 `일단 투자하고 보자` 부작용 속출
여행사가 계좌개설 주선 `일임 투자` 편법도 성행
"국가·산업자본·금융자본 연계해 해외시장 개척해야 "

[하노이=이데일리 박호식기자] 베트남 엘리트 여성과 결혼한 40대 김모씨. 장인이 베트남의 증권회사 임원이다. 김씨는 장인의 권유로 장인 명의 계좌로 베트남 주식에 투자했고, 주가가 오르자 한국의 지인들의 자금도 대규모로 모집해 장인에게 줬다. 그러나 주가가 크게 올라 대규모 평가차익이 나자 장인의 태도가 달라졌다. 언제 자금을 맡겼냐는 것. 지인들의 자금까지 대규모로 끌어다 장인에게 맡긴 김씨는 자신의 투자자금을 모두 날린데다, 지인들에게 원금만이라도 돌려주기 위해 갖고 있던 자동차 등 모든 것으로 팔아야 했다. <사진: 하노이 낀마거리 탁룽증권사 객장. 아침부터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다> 



베트남 금융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문구상 골든브릿지 하노이 법인장은 "베트남 증시가 크게 오르자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묻지마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개인들의 주식투자에는 많은 제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투자하고 보자`고 나서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얘기다.

문 법인장이 전하는 또 다른 사례.
 
올해 초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하루 200명 가량 여행사를 통해 현지에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아직 국내 증권사들이 현지 주식중개 관련 업무를 하지 않자 여행사들이 500달러 가량 수수료를 받고 계좌개설을 주선하는 것. 그러나 개인들이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에 절차를 거쳐 신고를 하고 송금을 하거나, 현지에서 소득이 있어 이에 대해 증명서를 제출한 뒤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이같은 절차를 무시한채 편법투자를 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는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정확한 주식 관련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채 사실상 현지 증권사에 일임해 투자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현지 증권사 직원이 문제가 많은 투자를 해도 대처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투자수익이 난다해도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나중에 자금을 국내로 가져올때 또 다시 편법 또는 불법이 이뤄져야 한다. 베트남에서 해당 자금에 문제를 삼을 경우 자금을 고스란히 압수당할 수 있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특히 지난해 급격하게 올랐다. 1년새 시가총액이 30배로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지난해 이맘때 15개에 불과했던 현지 증권사가 올해 54개로 늘었고 증권업 진출을 추진중인 곳도 급속히 늘고 있다.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0개사의 PER이 70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베트남 수상, 중앙은행 등이 수시로 과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한국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편법 브로커들도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구상 법인장은 "최근에는 진출하지도 않은 브릿지증권 호치민 사무소 명의로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곳이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을 겨냥한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국가적으로 보면, 단순히 해외 주식시장에서 유통주식을 사는것에서 끝나선 얻을 것이 별로 없다"며 "국가, 산업자본, 금융자본이 연계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증권사 측면에서는 현지에서 IB업무를 통해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등 기초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든브릿지는 현재 베트남에서 증권사 인수를 위해 2개사와 협상중이다. 외국계는 증권사 지분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베트남 은행업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들의 경쟁도 불붙고 있다. 베트남은 은행의 경우 외국인이 총 30%, 외국인 각각 1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제한을 완화해 올해부터는 외국인 총지분율 30%는 유지하되 개별지분율은 20%로 확대 허용했다. 이에 따라 HSBC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들이 지분인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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