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생활잡화매장 ‘로프트’는 현지 20~30대 여성들로 북적였다. 로프트가 기획한 ‘K코스메 페스티벌 2025’를 통해 아누아, 어뮤즈, 스킨1004, 이니스프리, 티르티르 등 유명 한국 화장품(K뷰티)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어서다. 그간 온라인으로 K뷰티를 구매해왔던 일본 여성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와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발라봤다.
이중에선 20~30대 여성이 아닌, 40대 이상 중장년층 고객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로프트에서 만난 40대 일본 여성 고객은 “K뷰티는 젊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 너무 유행이다 보니 (나이가 있음에도) 관심이 생겨 직접 보러 온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최근 K뷰티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저 같은 중장년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K뷰티 브랜드는 시부야 중심거리에 있는 ‘마츠모토 키요시’, ‘선드럭’ 등 주요 드럭스토어에서도 전진 배치돼 있었다. 이날 방문한 마츠모토 키요시 시부야 1, 2호점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있었다. 2호점의 경우, 3층 일부를 아모레퍼시픽 전용 구역으로 만들어 산하 브랜드를 모아놨을 정도다.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아누아, 티르티르, 3CE스타일난다 등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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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성초 토너’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진 아누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조민제 더파운더즈(아누아 운영사) 일본영업팀장은 “아누아는 2022년~2023년부터 일본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했는데 최근 오프라인 비중이 초기대비 3배가량 늘었다”며 “로프트, 돈키호테 등 생활잡화매장부터 드럭스토어, 마트(이온) 등에 입점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아누아를 비롯한 K뷰티 브랜드 대부분은 첫 일본 진출을 큐텐재팬(일본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MZ세대에 인기가 많은 K뷰티인 만큼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외형을 키우기 위해서다. 때문에 현재도 K뷰티는 이커머스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차 오프라인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적인 특성상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도가 크고, 주요 고객 연령대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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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 스킨1004 일본팀장은 “현지에서 K뷰티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경쟁력 있는 곳을 중심으로 총판 계약을 맺고 있다”며 “생활잡화매장과 특화매장 중심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전개할 예정인데, 제품군도 지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K뷰티들의 외연 확장은 기본적으로 일본내 호응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20~30대 여성들을 일컫는 ‘아라사’ 세대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던 K뷰티의 영향력이 조금씩 오프라인, 고연령대 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오사카 출신 30대 여성 유미코 이와타씨는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K뷰티 브랜드가 많아지다 보니 중장년층에서도 조금씩 인지도가 늘고 있는 단계”라며 “젊고 트렌디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일본 내에선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CICA(병풍풀 추출물), 인삼, 어성초 등의 성분들을 내세우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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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일본 하라주쿠 ‘앳코스메’에서 운영한 ‘인생쿠션’ 체험행사서도 60대 여성 고객이 방문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신민수 ‘헤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아직까지는 20~30대 MZ고객들이 많지만 40대 이상 고객들도 ‘한 번 써볼까’라는 분위기”라며 “쿠션 파운데이션만 하더라도 일본 고객들이 ‘쿠션=한국’이라는 인식을 가질 정도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내에서 퍼지고 있는 ‘오시카츠’(推し活) 소비문화 확산과 연계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시카츠는 ‘최애’(推し, 오시)를 적극 응원하고 이를 타인에게 전파하는 활동을 뜻하는데, 최근 일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다. 기존 일본 소비문화와 다른 일종의 ‘가치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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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본 프리미엄 뷰티 시장에선 여전히 내수·프랑스 브랜드 비중이 높은 만큼, 중저가 중심의 K뷰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는 주요 K뷰티 제품들의 가격대는 3000엔(약 3만원)대 전후다.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헤라 등이 6000엔대 이상을 형성하며 일본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의 급격한 성장세, 변화하고 있는 소비문화 등 여러 복합 요인으로 인해 향후 가격대를 포함한 K뷰티의 외연은 더 확장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최근 K뷰티는 자연유래 또는 기능성 성분을 함양한 제품으로, 중저가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오프라인에서도 K뷰티를 판매하는 곳이 점차 광범위해짐에 따라 K뷰티 스타일이 전 연령대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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