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전력 확보 기반 구축 예산은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데는 무용(無用)하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 돈이 돌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주목적이다. 현재의 소비 부진은 전국적 상황인 만큼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역화폐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더이상 ‘지역’ 화폐가 아니다. 원화를 대체하는 정부 발행 상품권이 될 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경제를 덮친 2020년, 정부는 자동차 등 특정 소비재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인하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고 낙수효과로 소비가 회복세를 보였다. 미래의 소비를 앞당겼을 뿐이란 지적은 타당하다. 세수 감소 문제도 걸림돌이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선행되야 한다.
‘차등형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도 고려해 볼 만하다. 소비세 인하는 소비촉진과 내수부양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정책이지만, 소비여력이 있는 고소득층 수혜가 더 크다. 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을 보완하고 직격탄을 맞은 골목상권을 살리는데는 지역화폐보다 전국민재난지원금이 더 효과적이란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재정부담이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가 5차례에 걸쳐 쏟아부은 재난지원금은 무려 57조 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당시만큼 심각한 경제위기는 아니다. 수십조원씩 쏟아부을 이유도, 재원도 없다, 당시 끌어다 쓴 빚은 여지껏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빚까지 낼 필요 없다. 민주당이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감액한 예산이 4조 1000억원이다. 2023년 11월 1일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총 가구 수는 약 2273만 가구다. 민주당이 감액한 돈만 이들 가구에 나눠줘도 18만원씩 돌아간다, 소득분위 상위 30%를 제외하면 26만원으로 늘어난다.
상위 30%를 제외하고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가구당 인원수에 따라 차등을 두고 4조 1000억 원을 배분한다면, △1인 가구: 약 12만원, △2인 가구: 약 23만 9000원, △3인 가구: 35만8000원, △4인 가구 47만7000원, △5인이상 가구: 약 59만7000원이다. 아쉬운 대로 소비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금을 이럴 때 쓰는 게 정부의 기본 의무”라고 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탄핵하지 않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