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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소문난 콜라 애호가다. 지난 8월 말 그의 94번째 생일 이틀 앞두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가총액은 장중 1조 달러(약 1339조원)를 넘어 미국 기업 중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일생에 걸쳐 투자가로서 대단한 성취를 일군 그는 건강한 식단을 고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초딩(초등학생) 입맛에 가깝다.
실제로 버핏은 우츠 감자 스틱을 좋아하고 매일 코카콜라 5캔을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HBO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 되기’에선 그가 매일 아침 맥도날드의 소시지 패티 2개나 계란, 치즈, 베이컨 중 일부 조합으로 구성된 3.17달러짜리 메뉴와 콜라 한 잔을 먹는 게 공개되기도 했다.
그의 지독한 콜라 사랑은 투자로도 이어졌다. 지난 1987년 코카콜라 주식을 처음 매입한 그는 7년 동안 주식을 사모아 현재 4억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버핏의 지분율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해 “립 밴 윙클의 잠”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립 밴 윙클은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소설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게으른 립 밴 윙클이 산속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20년이 흘렀다는 동화를 빗대어 장기 투자 종목임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명품 초콜릿·캔디 업체 씨즈캔디(See’s Candies)도 버핏의 투자리스트에 들어간 기업이다. 버핏은 사업 파트너이자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의 설득으로 1972년 씨지캔디를 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씨즈캔디의 세전 연간 수익은 4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인수 이후 버크셔 헤서웨에 20억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복덩이가 됐다.
코카콜라와 씨즈캔디는 버핏이 강조하는 ‘가치 투자’(단기적 시세차익보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근거한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그는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은 사람들이 꾸준히 사랑하고 소비하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며 이들 기업이 바로 그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버핏 “난 사과도 좋아”
버핏을 사로잡을 ‘제2의 코카콜라’는 어느 기업일까.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 모틀리 풀’은 애플과 코카콜라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8월 뉴욕 증시 마감 후 보유지분 공시(13F 보고서)를 통해 애플 주식 4억주, 총 840억달러(114조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말의 7억8900만주에서 절반 가까이 감소하며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일각에선 애플이 주력인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줄고,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버핏이 헤어질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주식수는 버핏의 최애 주식 코카콜라의 보유주식 수와 일치한다. 이 때문에 애플이 코카콜라처럼 버핏의 ‘영구 지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뛰어난 최고경영자(CEO)’와 ‘배당’. 더 모틀리 풀이 애플을 제2의 코카콜라로 손꼽은 이유다. 버핏은 지난 2021년 주주 서한에서 팀 쿡 CEO를 애플의 “총명한 CEO”라고 평가하며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선 그를 추켜세웠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식 유통 물량을 줄여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애플이 지난 5년 동안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의 길로 이끈 것도 쿡 CEO라는 평가다.
꾸준한 배당 정책도 애플이 제2의 코카콜라가 되는 데 손색이 없다고 분석했다. 버크셔는 2018년 이후 연평균 약 7억7500만달러(약 1조230억원)의 배당금을 애플에서 받았다. 애플과 같은 빅테크는 기술 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의 배당금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2012년부터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왔다는 점에서 코카콜라와 공통점을 가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