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김동연 연출 인터뷰
초연 때부터 작품 연출…어느덧 4번째 인연
흔치 않은 대극장 코미디 뮤지컬 성공 이끌어
새 시즌 맞아 다채로움 더하고 짜임새 높여
|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김동연 연출(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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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지친 일상을 보낸 뒤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웃게 하는 뮤지컬 본연의 매력을 잘 갖춘 귀한 작품이죠.”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젠틀맨스 가이드’) 김동연 연출이 작품의 희소성을 강조하며 꺼낸 말이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이 1907년 발표한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 뮤지컬이다. 백작을 꿈꾸는 청년 몬티 나바로의 인생역전 프로젝트가 이야기의 주요 뼈대다. 몬티 나바로 자신이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서열 높은 후계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며 재미 요소를 쉴 틈 없이 꺼낸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외부 비평가상 등 뮤지컬계 주요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원작 뮤지컬의 대본과 음악을 바탕으로 무대 연출을 현지화하는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돼 2018년 초연했고 2020년과 2021년 관객을 만났다.
| ‘젠틀맨스 가이드’ 공연 장면(사진=쇼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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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김동연 연출(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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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으로 돌아온 ‘젠틀맨스 가이드’는 지난달 4일부터 1000석 규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초연부터 작품을 이끈 김동연 연출이 4연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김동연 연출은 “국내에선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코미디 뮤지컬을 만나기 어렵다. 깊은 감정선을 건드리는 이야기와 파워풀한 넘버로 이뤄진 뮤지컬을 선호하는 관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젠틀맨스 가이드’는 대극장에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끽하며 마음껏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흔치 않은 코미디물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큰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극단 시인과 무사를 이끄는 김 연출은 그간 뮤지컬 ‘데스노트’, ‘그레이트 코멧’, ‘어쩌면 해피엔딩’, 연극 ‘환상동화’, ‘햄릿 - 더 플레이’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2015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을 통해 코미디물 연출 경험을 쌓은 바 있으나 대극장 코미디물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연출은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에 매료돼 연출을 맡기로 결정한 뒤 중점을 둔 부분은 유머 코드를 미국식에서 한국식으로 바꾸는 일과 고급스러운 코미디물로 여기게끔 풍성함을 더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 코미디물의 가치를 낮게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웃음을 주는 일뿐만 아니라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완성도를 높이고 풍성함을 더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고 했다.
| ‘젠틀맨스 가이드’ 공연 장면(사진=쇼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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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김동연 연출(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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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연출은 LED 스크린을 통해 3D 팝업북처럼 펼쳐내는 영상 연출 기법으로 주인공의 여정에 속도감을 붙였고 오케스트라를 무대 2층에 배치해 웅장함과 보는 재미를 더했다. 4연을 준비하면서는 영상 구성에 다채로움을 더해 재미의 신선도를 높였다. 그는 “이전 시즌들을 연출하면서 어느 타이밍에 관객 반응이 터지는지를 충분히 파악했다”며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쓴 회고록 책장이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재미 포인트인 영상 구성을 한층 더 짜임새 있게 다듬었다. 배우들의 움직임과도 상호작용이 잘 될 수 있도록 힘썼다”고 밝혔다.
송원근·김범·손우현(몬티 나바로 역), 정상훈·정문성·이규형·안세하(다이스퀴스 역) 등이 출연하는 ‘젠틀맨스 가이드’는 대작의 잇단 개막 속에서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 기준 뮤지컬 부문 티켓 예매액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공연은 10월 20일까지 이어진다. 김 연출은 “새 시즌을 위해 웃음을 유발하는 애드리브 요소를 최신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남녀노소 나이 불문 누구와 함께 보더라도 실패하지 않을 뮤지컬”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현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과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시데레우스’의 연출가로도 활약 중이다. 두 작품 모두 초연 때부터 연출을 맡고 있다. 김동연 연출은 “무대에서 계속해서 관객과 만나는 지속가능한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이 연출가로서의 활동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