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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KB자산운용은 자사의 ETF 명을 기존 ‘KBSTAR’에서 ‘RISE’로 8년 만에 바꿨다. 중위권에서 치열한 경쟁 중인 한화자산운용 역시 15년 만에 ‘ARIRANG’에서 ‘PLUS’로 ETF 간판을 교체했다. 키움자산운용도 연내 리브랜딩을 검토하고 있다.
그룹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리브랜딩에 나선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하나자산운용은 ‘KTOP’에서 ‘1Q’로 변경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의 1Q 브랜드를 사용하게 됐다. 우리자산운용도 우리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WOORI’에서 ‘WON’으로 연내 ETF명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ETF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올해 1월 전체 120조원 규모였던 ETF 시장은 약 6개월 만에 30% 넘게 증가해 전날 기준 158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 유입이 많아지자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리브랜딩을 내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리브랜딩을 통해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등 좋은 선례가 있다는 점도 리브랜딩이 잇따르는 이유로 손꼽힌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2021년 ‘SMART’에서 ‘SOL’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1% 내외 점유율을 2.8%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도 ‘KINDEX’에서 ‘ACE’로 간판을 바꾸고, 3.9% 수준의 점유율을 현재 6.8%까지 확대했다.
ETF 시장이 기존 펀드와는 다르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의 성격이 부각해 좋은 상품을 출시, 운용하는 것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상품을 출시해 잘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 투자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마케팅과 홍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마케팅이 7할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ETF 상품만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개발 비용을 투자해 창의적인 ETF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비슷한 상품이 나오기 쉬운 구조여서다. 이보다는 브랜드를 투자자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만, 중소형 운용사들이 입지를 다지고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투자철학과 이에 연계된 상품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또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누구나 접근해서 ETF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브랜드와 함께 이에 연계된 경쟁력 있는 상품이 투자자의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상품과 브랜드가 어우러져 시장에 각인돼야 이름을 바꾼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