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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공의ㆍ의대생 모두 구제...이젠 의료 개혁에 힘 합쳐야

논설 위원I 2024.07.12 05:00:00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구제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일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생 집단유급을 막기 위한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성적 평가를 학기 단위에서 학년 단위로 바꾸고 유급 여부 판정 시기와 기준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본과 4학년생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의사 국가시험을 추가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던 정부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내놓은 유화책이다. 그 내용이 특혜에 가까운 조치들이라는 점에서 의료계가 입에 올려온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사 불패 신화’를 또 입증해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선 “의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탄식도 쏟아진다.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엄정 대응’ 방침이 일거에 무너진 꼴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 공백 해소’와 ‘의사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부득이한 결단임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 호응하는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의사 시험 응시 대상자인 본과 4학년생 3000여 명 중 90%가 넘는 2700여 명이 응시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의사들의 휴진과 진료 축소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유화책을 마지막으로 더는 의료 개혁의 원칙을 꺾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개혁의 동력 자체가 상실돼 복구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의료계도 책임감있게 의료 현장과 의대 교육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된 만큼 후년 이후의 정원 조정에 관한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필수의료 확충을 비롯한 의료 개혁 전반에 대해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기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기 바란다. 5개월째에 접어든 의·정 갈등이 개혁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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