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저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테마성’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향후 기업가치와 주가가 상관관계를 나타내며 장기적으로 우상향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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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가 우수한 상장사를 모은 상품 지수 개발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주주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상품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일각에서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주요 지표로 사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거래소는 현금흐름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과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우대받고,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거래소가 지수를 만들고 상품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수 개발과 관련한 기준과 방법론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지수 개발에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 일본의 사례가 모티브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자기자본 비용 이상의 수익을 낸 기업과 PBR 1배를 초과하는 기업에 가중치를 부여한 ‘JPX프라임150지수’를 발표했다. ‘JPX프라임150지수’는 코스피에 해당하는 프라임 마켓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기업 500곳 가운데 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150개 종목을 추려 구성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JPX프라임150지수’에 대해 “가치창출이 기대되는 일본 대표기업을 가시화하고, 지수와 그 구성 종목을 국내외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의 중장기 투자대상으로 삼아 가치창출 경영의 침투와 일본 증시의 매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다이와자산운용은 해당 지수를 바탕으로 일본 증시에 ‘iFreeETF JPX프라임150’ ETF를 상장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해당 ETF에는 상장 이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 5일 누적 기준 104억5699만엔(약938억원) 규모가 몰렸다. 순자산은 119억37000만엔(약 1071억원)이다.
◇ 운용사 “저평가주 정책 테마성 급등…우상향할지는 지켜봐야”
국내에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착하고, 일본과 같이 관련 지수와 이를 토대로 한 ETF 등 상품이 만들어지면 기관과 외국인 등 자금이 유입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다만,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내 증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 저평가된 금융과 보험, 지주사 등 업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이들 종목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정책 이슈와 맞물리면서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일종의 테마성 움직임으로 판단하기에 단순한 접근법으로 상품을 구체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은행·증권 등 금융업과 지주사가 튀어 오르며 주목을 받는 시기가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며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지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만년 저평가를 받아온 금융·보험·증권 분야의 종목들은 저PBR 정책 테마에 급등했지만, 현재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하면서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지고 있는데다 개별 기업의 실적 발표 등 하방 압력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KRX 300 증권’ 지수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이후 연일 급등했으나 지난 5일과 6일 각각 2.06%, 1.20% 빠졌다. ‘KRX 은행’ 지수와 ‘KRX 금융’ 지수 등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이 공동 개발한 지수를 추종하는 한중반도체, 전기차 등 관련 ETF를 출시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된 지수와 상품 개발이 힘을 얻으려면 정부의 꾸준하고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