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리더십 난맥, 산업경쟁력 악화
사실 후추위원들 속은 속이 아닐 것이다. 작년부터 유력후보들의 용산 줄대기설 및 실세 친분설, 전직 장관 투입설이 널리 퍼진 가운데 본인들마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여서 결정 하나하나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 개중에 ‘사퇴하겠다’는 후추위원이 왜 없었겠는가. 앞으로 더 험한 꼴을 볼 수도 있다. 철강에 정통한 내부 출신 인사를 후보로 내세우면 ‘순혈주의’ ‘밀착’ 비판을, 반대로 외부 인사를 앉힐 경우 ‘전문성 부족’ ‘외풍 의혹’ 논란에 또 휘말릴 게 뻔하다.
그럼에도 ‘차기 회장 선임을 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건 심각한 외부도전을 받는 포스코의 현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소위 현실론 때문일 터다. 포스코는 철강값 하락 등으로 작년 매출·영업익이 전년 대비 9.0%·27.2%씩 줄었다. 신수종 부문인 2차전지 소재 사업도 경쟁 심화 속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포스코가 2차전지 소재뿐 아니라 그 원료인 광물, 그리고 수소 에너지 사업을 총망라한 총 12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작년 7월 발표한 배경이다. 포스코와 철강산업을 넘어 산업계 전반의 미래를 좌우할 초거대 미션이다.
만약 포스코에 경영공백이 생길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게 자명하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소유 분산 기업인 KT가 지난해 겪은 8개월의 경영공백 여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와중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전쟁이나 다름없는 혈투가 벌어지는 지금, 해외투자 등의 의사결정이 조금이라도 늦춰진다면 글로벌 주도권 다툼에서 도태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 사업을 영위하는 KT의 8개월 경영공백은 포스코에는 8년과 같다”고 했다.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리더십 난맥이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지대하다.
◇최고 적임자 뽑는 데만 집중해야
그나마 다행인 건 파이널리스트 6인 죄다 모자람 없는 인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포스코 전·현직 출신들은 지금의 재계 5위 포스코를 만드는 데 일조한 자타공인 최강 철강맨들이고 외부 후보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역량을 검증받은 인물들이다. 후추위가 좌고우면 말고 회사 미래를 맡길 최고 적임자를 고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철강 이해도가 적은 회장은 철강 담당 부회장을, 2차전지·에너지에 다소 미흡한 회장은 신기술 담당 부회장을 각각 두고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후추위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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