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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채운 사납금, 급여에서 뺀다' 노사 합의…대법 "무효"

성주원 기자I 2023.12.29 06:00:00

"퇴직금 못받았다" 택시회사 대표 기소
1심 유죄 → 2심 무죄 → 대법 파기환송
대법 "법개정 ''사납금제 금지'' 강행규정"
"징계해고 사유면 징계 없인 해고 안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노사 합의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택시기사의 운송수입금(사납금) 미달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했더라도 이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20년 택시업계의 사납금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하면서 신설된 ‘사납금제 금지’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본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아울러 취업규칙상 징계해고 사유(월 3일 이상 무단결근)에 해당하는 택시기사를 징계 절차 없이 해고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도 봤다.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퇴직 기사들에 퇴직금 다 안 준 택시회사대표 재판行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회사 대표 A씨(피고)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상시 60명을 고용해 서울 강서구에서 택시회사를 경영하는 대표다. A씨는 퇴직한 근로자 B씨, C씨, D씨, E씨에게 퇴직금을 일부만 지급하거나 아예 주지 않았다. 이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B·C·D씨의 경우 회사가 사납금 미달 금액을 퇴직금에서 빼고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E씨의 경우 사측은 근로기간이 1년이 되기 전에 무단결근 일수가 3일 발생했고 이에 취업규칙에 따라 E씨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판단해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 지급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E씨는 법정에서 “배차실에 근무하는 부장에게 쉬어도 되냐고 물어봤고 쉬라는 얘기를 듣고 쉰 것”이라며 자신은 무단결근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 유죄, 2심은 무죄…사납금 미달액 공제 가능한가

1심은 피고인 A씨가 유죄라고 보고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C·D씨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서 퇴직금이 임금의 성질을 갖고 있는 만큼 상호 합의가 없는 한 퇴직금과 상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E씨의 법정 진술과 택시회사 서류 등을 토대로 E씨가 무단결근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2020년 개정된 취업규칙이 이전과 비교해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됐는지 여부, 근로자 과반수가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취업규칙 효력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2심에서 A씨의 무죄로 결론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A씨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 “‘사납금제 금지’ 강행규정…노사합의도 무효”

결국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가운데, 대법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여객자동차법 개정 취지 등에 비춰 보면 일정 금액의 사납금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됨을 명확히 한 신설 규정은 강행법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에 반하는 내용의 노사간 합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A씨가 B·C·D씨에게 퇴직금을 주면서 사납금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E씨 경우와 관련해서는 “A씨 회사 취업규칙은 월 3일 이상 무단결근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있으면서 징계해고 사유로도 정하고 있다”며 “A씨가 E씨를 무단결근 사유로 당연퇴직 처리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기록상 그러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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