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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남편·뻔뻔한 상간녀, 이혼소송 취소될까요[양친소]

최훈길 기자I 2023.09.16 09:00:00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양친소 사연>

결혼 7년 차입니다. 남편은 한 2년 전부터 귀가시간이 점점 늦어지더니, 주말에도 주식 공부 모임 핑계로 나갔습니다. 아이하고도 시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내가 놀러 다니냐”며 “그렇게 불만이면 내가 애 볼 테니 니가 돈 벌어”라고 하더군요.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속 편한 소리 한다고 오히려 저를 비난했습니다.

너무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애 잘 키우는 게 돈 버는 거라던 남편 말을 듣고 직장을 그만둔 것이 후회됐습니다. 그래도 ‘혼자 돈 벌려니 힘들겠지’라고 생각하며 참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식 공부 모임에서 알게 된 여자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시어머니가 남편을 불러다 정리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편은 시어머니 앞에서 정리하고 안 만나겠다는 각서도 썼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가 제게 연락해 왔습니다. “애 키우는 게 유세냐”며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안 헤어진다”고 하더군요. 남편 역시 정리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귀가가 늦고 주말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외출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저는 6개월 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나왔습니다. 별거를 시작하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도 반소로 이혼을 청구하면서 양육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이 데리고 집 나간 게 제 잘못이라는 겁니다. 미안하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기가 막혔습니다.

시어머니 말씀대로 이혼 안 하고 좀 버텨볼 걸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소송을 취소하고 싶은데, 제가 먼저 이혼 소송을 했으니 이혼은 불가피한 것일까요.

-아내가 이혼소송 한 걸 후회하는 상황인데 취소할 수 있을까요.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가 전부 혹은 일부를 철회하는 걸 소의 취하라고 합니다. 가령 채무자를 상대로 돈을 갚으라고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는데 채무자가 소송 중에 돈을 갚았다면, 판결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 불필요한 소송을 종결짓기 위해 소를 취하하는데요. 이혼 소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송 중에 서로 용서하고 잘 지내보기로 했거나, 소를 제기한 쪽에서 마음이 바뀌어 이혼을 원치 않게 되면 소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

-소는 언제든 취하할 수 있나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언제든 소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본안에 관해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하거나 변론을 한 뒤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효력이 생기는데요.

사연에서도 남편이 반소장을 제출하면서 오히려 아내 잘못이라고 변론을 한 상태이므로 남편 동의가 필요합니다. 즉 아내가 소를 취하하는 것에 남편이 동의하면 아내의 이혼소송이 종료되지만, 남편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내가 소를 취하하더라도 이혼 소송이 종료되지 않습니다.

-만약 남편이 아내의 소 취하에 동의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사연의 경우 아내한테 귀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내가 먼저 집을 나가 별거를 시작하면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집을 나간 이유가 남편의 여자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이혼을 원치 않고 별거 기간도 6개월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에 혼인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설령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남편이 부부 갈등의 원인을 상당 부분 제공하고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책임이 더 무겁기 때문에,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걸로 예상됩니다.

-이혼 소송을 철회하는 게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불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까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라도 상대방이 내심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고 있을 경우, 혼인이 계속되기에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인용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오로지 소를 제기했다가 취하한 사정만으로는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불응하는 것이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사연의 남편이 아내의 소 취하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법원은 이혼 의사가 없는 원고의 이혼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보고 각하 판결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이혼 소송에 대해서는 각하, 남편의 반소 이혼 청구를 기각 판결을 해서 비록 아내가 먼저 이혼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이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연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이혼은 누구한테도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고 사연처럼 시어머니가 어느 정도 지지 역할을 해주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와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비록 소를 제기했더라도 취하할 수 있고 남편이 동의하든 않든 이혼 결론에 이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신중히 고민하고 본인과 자녀를 위한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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