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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인 서원도 지난 16일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인 조시남 씨가 지분 1.25%를 정리하며 16억원을 현금화했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자 지분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서원은 다음날인 17일 한국거래소의 시황변동 조회공시 요구에 ‘초전도체와는 무관하고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맥신까지 테마주 열풍이 꼬리를 물자 일부 상장사의 최대주주들과 임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테마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상장사도 일단 테마주로 묶이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들 상장사들은 개인투자자의 기대를 교묘하게 이용해 이익 실현에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이 불어닥친 한 달 동안 주가가 급등한 11개 종목 중 최대주주나 임원이 주식을 내다 판 곳은 파워로직스, 서남, 서원, 덕성, 원익피앤이, 신성델타테크 등 6개에 이른다.
일부 임원들은 대담하게 단타 매매까지 하고 있다. 파워로직스의 A 부사장은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을 틈타 단타 매매로 거둔 차익으로 지분을 늘렸다. 2000년 5월부터 최근까지 회사 주식 3069주를 보유하고 있던 그는 파워로직스의 주가가 급등하자 지난 10일 1265주를 추가로 사들인 뒤 나흘 만에 4334주 전량을 내다 팔아 2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주주나 임원이 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이나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주주가 지분을 매도할 때 ‘사후 공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미들은 매물 폭탄의 이유를 알 수 없다. 최대주주나 임원들은 내부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있는 매매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테마주 열풍이 불 때마다 시세차익을 노린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테마주 근절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하루빨리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와 같은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