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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청구 사건은 기혼 남성인 A씨(피고)가 미혼 여성인 B씨(원고)에게 이혼했다고 거짓말하고 성관계를 가져 제기됐다.
B씨는 2018년 6월 A씨가 대표자로 있는 법인에 입사하면서 A씨를 알게 됐다. B씨 입사 몇 개월 후 A씨는 B씨에게 이혼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구애했고,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2019년 4월 B씨는 A씨가 이혼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돼 A씨와 헤어지며 A씨 배우자에게 관계를 폭로했다.
A씨는 그러한 사실을 배우자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죽여버릴 거라는 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다. 결국 B씨를 협박한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받고 확정됐다. 이후에도 B씨 근무지를 찾아가 가정 파탄범이라며 욕설을 해 모욕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이에 B씨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했고, 위자료 1500만원이 선고됐다.
1심 판결에 불복해 A씨는 항소했고, B씨는 부대항소를 했다. 2심은 이 사건을 2022년 7월 조정에 회부했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정본이 전사소송송달의 방법으로 8월 18일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8월 16일 피고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됐다.
그런데 피고 소송대리인이 8월 26일 사임서를 제출했고, 8월 30일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C’ 명의로 이 사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가 제출됐다. 하지만 소송 위임장은 제출되지 않았고, C변호사는 수개월 뒤인 11월 23일 법원에 피고의 소송대리인으로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2심은 “이의신청서는 피고 본인 또는 그로부터 권한을 받았거나 조정담당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다”면서 “강제조정은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부터 2주일이 지난 2022년 9월 2일 확정됐으며, 이 사건 소송은 이 사건 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취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이 조정절차에서 소송절차로 다시 복귀된 것으로 처리돼 변론기일 통지가 이뤄지는 등의 사정이 있었으므로 2심은 이 사건 소송이 종료됐음을 명백하게 하기 위해 올해 2월 소송종료를 선언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 내에 대리인 C변호사 명의의 이의신청서가 제출됐고, 이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2022년 11월 23일 C변호사에 대한 소송위임장이 제출됐다”며 “소송대리인은 이의신청이 적법한 것을 전제로 원심에서 2023년 1월 19일자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1월 31일 변론기일에서 항소장과 준비서면을 진술하는 등 소송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당초 대리인에게 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의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피고의 소송대리인 선임행위와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에 의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결국 이 사건 이의신청은 행위 시에 소급해 효력을 갖게 됐고 이 사건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소송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해 무권대리인이 이의신청기간 내에 이의신청한 경우 이의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당사자 등이 이의신청을 추인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