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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조민의 기소유예 타당한가

송길호 기자I 2023.08.02 06:15:00
[김한규 전 서울변협회장] ‘기소유예’라는 법률용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들에 대한 검찰처분이 눈앞에 있어서다. 2019년 8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래 횟수로 4년에 이른다. 이미 배우자인 정경심 전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일부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이 확정됐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 선고된 조 전 장관 재판은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수사가 뒤늦게 논란이 되는 것은 조 전 장관 딸인 조민씨가 의전원에 부정 지원한 혐의 중 정경심 전 교수와 공모한 부분이 8월에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미 조 전 장관 자녀들이 입시비리와 관련해 부모와 공모한 사실은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됐다. 따라서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전에 조민씨에 대한 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서 공모 관계가 인정된 만큼 조국 전 장관 자녀의 범죄사실은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법대로, 원칙대로 기소해서 법원 판결에 맡기면 된다. 그런데 검찰은 장고에 빠졌다. 어머니는 실형 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구금됐고, 아버지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만큼 자녀까지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것에 대한 정서적 부담감, 더 나아가 조 전 장관의 출마설에 따른 동정여론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묘수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기소유예’다.

기소유예는 충분한 범죄혐의가 있음에도 검사 재량에 의해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다. 잘못했지만 이번에 한해 딱 한번 봐준다는 의미다. 형사소송법은 범인의 연령·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개 초범이고 범죄사실이 중하지 않으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반성하는 경우에 기소유예가 등장한다.

기소유예할 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완전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이 가능할까.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부모가 모두 구금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입시비리와 관련해서 부모가 주도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기소유예 처분으로 무게가 기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들이 입시비리와 관련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수사 초기부터 완강히 부인해왔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두 조각날 정도로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했기 때문에 이들의 진지한 반성은 더욱 중요한 쟁점이다.

얼마 전까지 “저는 떳떳합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며 억울해하던 조민씨는 최근 의전원 입학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취하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최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면서 자식들이 학위와 자격을 모두 포기했고 자성한다고는 했지만, 입시비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수많은 입시 서류를 위조하고, 자녀는 허위로 작성된 서류와 위조된 증빙서류들을 의전원 등에 제출했다. 자녀가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부모가 범죄를 부인하고 다투더라도 자녀는 한번 봐줘야 하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가족 간에 이뤄진 범죄사실에서 이런 논리가 가능한가. 뒤늦게 반성하는 모습이 기소유예를 받기 위한 꼼수로 보여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조 전 장관 일가 재판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검찰의 판단은 일반 국민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중요한 선례가 된다.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에게 기소유예는 검찰권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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