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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전국에 본격 장맛비로 늘어난 지하수와 낡은 지하시설이 도로 곳곳에서 지반 침하를 일으키고 있다. 지자체가 정기 검사를 실시하고 관련 신고를 접수할 때마다 복구 작업에 나서지만, 계속 이어지는 비 소식에 지반 침하 가능성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면적 1㎡ 또는 깊이 1m 이상의 지반 침하는 총 1229건 발생했다. 서울의 경우 올 들어 이달까지 12건의 지반 침하가 신고되면서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규모(11건)을 이미 넘어섰다.
지반 침하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지하수가 꼽힌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한번에 강하고 많은 양의 비가 내리거나, 지하철과 지하도로 등 대규모 지하시설 조성 과정에서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면 땅속에 구멍이 생긴다. 지하수가 이 틈을 따라 흐르면서 주변 땅을 침식하면 지반 침하가 발생하면서 싱크홀 등이 생기게 된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보수 작업을 한 시공사 대표 윤정현(63)씨는 “하수도 아래에 도시가스관을 설치하기 위해 우수관을 드는 과정에서 관로 연결 부위에 빈틈이 생겼다”면서 “이런 빈틈으로 빗물이 들어가서 침식과 지반 침하를 일으킨다”고 했다.
노후화된 상·하수도는 균열과 함께 지반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을 더 키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하수도 16만7409㎞ 중 약 42.0%(7만277㎞)가 내구연한인 20년을 넘긴 상황이다. 상수도 역시 전국에 깔린 23만3701㎞ 중 약 35.9%(8만3925㎞)가 21년 이상 사용되는 등 상·하수도관 상당수가 노후화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이번 주에도 이어지는 집중호우 소식을 앞두고 도로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지반 침하는 토양질과 노후 관로처럼 원인이 다양한데 육안으로는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 미리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5개 권역으로 나눠 정기적으로 도로 검사를 실시하고 각 자치구별 비상연락망을 마련해, 신고 접수 시 바로 나가서 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지반 침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하 상태를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노후화된 상·하수도는 한 번에 교체할 수 없어서 청사진을 두고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상·하수도와 도시가스관, 전선 등 지하시설물의 위치를 정리한 지하지도를 마련하면 지반 침하 같은 부작용을 예견하고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