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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정부 서비스는 재난안전정보 포털 애플리케이션(앱)인 ‘안전디딤돌’과 ‘국가재난안전포털’이다. 안전디딤돌 앱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국민이 재난안전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도록 △긴급재난문자 △국민 행동요령 △대피소 △무더위쉼터 등 안정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작은 글씨로 적힌 행동요령 부분과 위치 정보를 일일이 기입해야 하는 부분이 불편하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오모(76)씨는 “자식들이 앱을 깔아줘서 한 번씩 보기는 하는데 행동요령이라고 이렇게 작은 글씨로 적어 놓으면 누가 읽겠느냐”며 “차라리 그림 같은 걸로 대피요령을 설명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백모(67)씨는 “미세먼지를 확인하려고 봐도 일일이 위치까지 눌러야 하니 불편하다”며 “인터넷에 미세먼지를 치면 전국을 색깔별로 보여주는데 그게 알기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20대 발달장애 아들을 둔 신모(53)씨는 “아들이 유튜브 등을 직접 검색해서 볼 수 있는 수준인데도 (앱의) 글자는 작기도 하고 정보도 너무 많아 읽고 소화하기가 버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통역이나 자막도 부재한 상황이다. 장애인차별철폐추진연대 관계자는 “동영상의 경우도 수화 통역과 자막 등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예전부터 정부에 비슷한 서비스 등과 관련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디딤돌 앱은 외국인 전용버전(Emergency Ready)이 별도로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외국어로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이 앱 다운로드 수는 1만건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24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외면받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7년째 거주 중인 일본인 A(35)씨는 “동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국도 더이상 재난이 남의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며 “내 주변에 한국어가 서툰 사람들이 많은데 일본어 기능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만드는 앱들이 수요자를 고려하기보다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다보니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실제 사용한다는 입장에서 앱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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