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심·2심 법원은 건설사가 소음기준을 준수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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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경기도 안양시의 한 건물 3층에서 앵무새를 사육·번식해 판매하는 앵무새 판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장 바로 옆 부지에서 15층 규모의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됐다. A씨는 공사장 소음·진동 때문에 앵무새들이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건설사 등에 항의했고 시청에도 16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A씨는 공사 기간에 폐사한 앵무새 304마리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건설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건설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사장 소음은 ‘생활소음규제기준’인 70dB(데시벨) 이하가 유지됐고, 시 지도에 따라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조처를 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잘못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사장 소음과 앵무새 폐사 간 인과관계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앵무새는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있어 포식동물의 접근을 감지하고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소음·진동 등 외부자극에 매우 민감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건설사들이 앵무새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장 소음을 ‘가축피해 소음기준’인 60dB 이하로 낮추지 않았다고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역시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소음·진동 기준을 넘어야만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피해가 상당히 큰 경우에도 위법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판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오다가 공사가 시작되자 판매장의 월매출, 사료·새장 매입액, 앵무새 연간 매입액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부분을 지적했다.
아울러 관상조류는 60dB의 소음에서도 10~20%가 폐사하고, 불규칙하고 충격을 동반하는 소음에 취약하다는 감정 내용을 고려해 공사장 소음과 앵무새 폐사 간 인과관계도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여러차례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한 점에 미뤄 건설사들은 공사 때문에 판매장에 피해가 발생했음을 알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피해방지 조치를 제때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소음이 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섣불리 위법이 아니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A씨에게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판단 했어야한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