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날 발표된 청년 실태조사 결과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7~8월 조사 후 7개월에 가까운 후작업을 거쳐 발표했는데도, 정부의 첫 공식 청년 통계로서 그들의 삶을 심도있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취업’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파악하려는 입체적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청년의 33.9%가 번아웃(소진)을 경험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만약 이 조사항목을 취업자·비취업자로 나누기만 했더라도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좋은 직장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일자리 자체가 없어서 고민인 건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흡연, 음주, 우울증 등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도 취업 등과 연결해 제공했다면 훨씬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심각한 인구문제와 밀접한 결혼과 출산도 그렇다. 청년 75.3%가 결혼계획이 있다 또는 63.3%가 출산의향이 있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혼·출산 생각이 없는 청년은 무엇을 가장 우려해서인지 등이 드러나야 했다. 또 결혼·출산에 대해 청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대답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노력도 이번 실태조사에는 없었다.
보도자료 역시 아쉽기 그지없다. 정부의 첫 공식 청년 조사임에도 5페이지의 보도자료를 시각물 하나 없이 글로만 채우고, 이 조차도 배포후에야 설명이 부족했다며 보강해 다시 뿌렸다. 정부가 강조했던 규제개혁 관련 보도자료에는 화려한 시각물을 대거 첨부하고, 매달 배포되는 산업활동동향, 소비자물가 결과에도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꼬박꼬박 그래픽이 붙는 점을 돌아보면 더욱 실망스럽다.
답답한 마음에 실태조사를 의뢰받아 실시했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로데이터(raw data, 가공되지 않은 원자료)를 요청했으나, 승인통계여서 검수가 필요해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사 후 7개월이라는 시간이 부여됐던 점을 고려하면 성의없는 보도자료도 추가적인 검수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이날 조사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 보고가 됐다.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과연 이 통계를 보고 청년의 삶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짤 수 있을까. 좋은 통계가 훌륭한 정책의 근간이 된다는 걸 감안하면 기대감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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