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매화마을에 그려진 이현세 만화
혜성과 엄지의 아픈 사랑 이야기 속으로
열차 개조한 SNS 사진 명소 남벌카페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네가 곧 나에겐 신(神)이었고, 그 편지가 성전(聖典)이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난 꼭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될 것이다”
| 이현세 벽화거리에서 만난 ‘공포의 외인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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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작가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주인공 오혜성이 여주인공 엄지에게 한 말이다. 일본 스포츠 만화에 ‘슬램덩크’가 있다면, 한국에는 야구를 소재로 한 ‘공포의 외인구단’이 있다. 1980년대 초에 등장해 한국 만화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공포의 외인구단’은 당시 출범한 프로야구의 인기와 결합하며 더욱 폭발력을 얻었고, 주인공 혜성과 엄지는 청춘 세대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 이현세 벽화거리의 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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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명작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이현세 작가의 다양한 작품으로 휘감은 곳이 있으니, 바로 울진군 매화마을이다. 이곳에 가면 매화중학교 인근 곳곳에서 익숙한 화풍의 만화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공인을 받아 그린 벽화인 만큼 수준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넘었기 때문에 젊은 층은 어떤 작품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흔히 충동구매를 상징하는 만화 속 장면으로 유명한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컷이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 1권에 나오는 것을 알면 달리 보일 것이다. 원래 엄지가 ‘아!’라고 외치며 놀라는 장면이지만 ‘지름신’이 강림할 때 쓰는 인터넷 밈으로 유명해졌고, 이곳 벽화마을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어머 이건 사야해’라는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공포의 외인구단’ 1권에 나오는 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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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이현세 만화 거리가 조성된 것은 이 작가 아버지의 고향이 매화면 인근이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떠나며 쇠락하는 마을의 발전을 고민하던 이장이 직접 나서 여러 차례 이 작가를 설득했고, 마침내 작품 사용권을 인정받아 2017년 지금의 벽화마을로 꾸미게 됐다. 전국에 많은 벽화마을이 있지만 특정 작가를 메인으로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한 마을은 이곳이 유일하다.
| 울진 매화마을의 이현세만화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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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중학교와 매화면 목욕탕 사이에는 벽화 거리의 중심이 되는 ‘이현세 만화공원’이 있다. 공원 입구에는 이현세 만화에서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까치의 조형물이 서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밖에도 각종 조각상, 작가의 여러 작품을 그려 넣은 벽화, 공방 등이 있어서 찾아온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 남벌카페와 브론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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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이현세의 또 다른 히트작인 ‘남벌’을 모티브로 만든 이색 카페가 나타난다. 실제 열차를 개조해 만든 카페로 벽화마을을 돌아보는 이들의 휴식처로 자리하고 있다. 벽화를 감상하느라 지친 다리를 차 한잔과 쉬게 하는 고마운 장소다. 카페 앞마당에는 오혜성과 마동탁이 대결을 벌이고, 옆에서 엄지가 그들을 지켜보는 조형물이 서 있는데 찾아온 팬들을 감상에 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