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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박사의 쉼터] 자신감과 무력감의 차이는 양육방식에 달려있다

이순용 기자I 2023.02.19 09:33:22
[김미선 상담학 박사] 막 태어난 아기만큼 스스로 생존하기에 무능한 생명체도 드물다.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의 돌봄을 통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생존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아기는 배가 고프거나 몸이 아프면 양육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찡얼대거나 울게 된다.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기의 울음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훗날 그 아이의 자신감과 무력감이 결정된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을 보내신 어른들은 아기가 울면 그냥 두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자주 안아주면 손타서 키우기 힘들다고. 실제로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두면 울음을
김미선 상담학 박사
그치곤 했다. 하지만 애착 이론을 발전시킨 발달심리학자 에인스워즈(Ainsworth)의 연구에 따르면 아기가 울 때 즉시 달래주면 이후에 우는 일이 적어진다고 보고한다. 그렇다면 우는 아기를 그냥 두는 것과 즉시 달래주는 양육 행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기가 울 때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참을성이 생겼는지 이제 울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부모가 있다면 큰 착각이다. 울 때마다 자신의 불편함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기는 울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아기가 더 이상 울지 않는다는 것은 ‘인내심’을 배워서가 아니라 울어도 어떤 보살핌도 받을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오는 ‘포기’를 배웠기 때문이다. 인생 초기에 이러한 무력감이 마음에 자리 잡으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체념이 빠르다.

시설에서 양육된 아이들은 보통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고 보고된다. 손이 부족한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가 제때 응답받지 못하다 보니 의욕이 저하되면서 쉽게 무기력과 무감동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면, 작은 질병에도 저항하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생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시설 증후군(hospitalism)’이라고 부른다. 시설에서 적절한 영양 공급과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해도 신체적, 심리적 기능이 저하되어 감염과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에서 부모가 아기에게 정서적으로 반응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반면에 부모가 아기의 울음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면 아기는 자신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신호에 즉시 응답한다는 경험을 통해 불편함을 조금 참거나 만족을 지연시키는 인내심을 키우게 된다. 자율적으로 통제하여 울음을 그치고 미소나 옹알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적 발달을 촉진한다. 이러한 자신감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유능감을 키운 아이들은 성장하여 실패를 경험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한다.

한 인간의 성격 형성에는 기질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양육 환경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아이를 자신감과 인내심을 지닌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의 욕구에 반응하고 그 필요를 채워주자. 아이의 마음 상태는 어떤지, 혹여 좌절과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보자. 부모의 경청과 공감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새롭게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에 쌓이는 신뢰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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