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방송이 ‘국악 메타버스’ 제작에 뛰어든다. 지난해 9월부터 국악방송을 이끌고 있는 유영대(66) 사장이 취임 이후 추진 중인 역점 사업이다. 유 사장은 이달 말 상용화 예정인 메타버스를 통해 전 세계가 함께 국악을 즐길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국악방송에서 만난 유 사장은 “국악방송이 만드는 메타버스의 목표는 세계 무대”라며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메타버스에서 국악을 넘어선 ‘K뮤직’ 오디션을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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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사장은 메타버스가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국악의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국악인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메타버스 안에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국악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국악인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국악방송은 지난 3월 아이메타버스그룹 우리리우와 업무협약을 맺고 메타버스를 개발 중이다.
유 사장은 “국악방송의 메타버스는 1차적으로 국악인을 위한 공공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악인 33팀을 선정해 이들이 메타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유 사장은 “메타버스에 참여하는 국악인들에게 NFT(대체 불가 토큰)를 발행하고 이에 대한 수익률은 예술가에게 유리하게 책정할 것”이라며 “국악인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자신들을 홍보하고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통한 ‘K뮤직’ 오디션도 개최한다. ‘K뮤직’은 유 사장이 취임 이후 정한 국악방송의 새 슬로건이다. 국악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이를 대중화하고 세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단어다. 오디션은 9~10월 중 개최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국악 메타버스가 게임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의 관심까지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K뮤직’이란 이름 아래 국악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유 사장은 이달로 취임 10개월째를 맞는다. 유 사장은 그동안 국악방송을 운영하며 얻은 성과로 △메타버스 사업 추진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 퀄리티 향상 △라디오 프로그램의 생방송화 △TV 프로그램의 제작 편수 확대 등을 꼽았다.
특히 2019년 개국한 국악방송TV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최근 IPTV인 SK브로드밴드 Btv 채널을 추가해 모든 케이블 방송과 IPTV에서 국악방송TV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국악방송TV를 대표하는 인기 프로그램도 생겼다. 이희문, 박애리, 남상일 등 유명 국악인이 출연하는 ‘소리를 배웁시다’, 중견 국악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국악콘서트 판’, 젊은 국악인의 무대 ‘콘서트 오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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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도 유 사장 취임 이후 생방송을 기본 원칙으로 방향을 바꿨다. 유 사장은 “생방송으로 청취자와 소통이 늘어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TV 프로그램 제작 편수도 초방(당해 채널에서 최초로 방송하는 프로그램) 비율이 15%에서 20%로 늘어났다. 최근엔 크라운해태의 지원을 받아 명인·명창에 대한 고품질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있다. 유 사장은 “여러모로 어려운 제작 여건이지만, 전통예술과 국악의 매력을 충분히 전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없지 않다. 예산 문제가 특히 그렇다. 국악방송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다. 문체부 예산 80억 원은 운영비, 방통위 예산 65억 원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쓰인다. 그러나 방통위 예산이 매년 삭감 위기에 처해 있어 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큰 상황이다.
유 사장은 “JTBC가 제작한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 제작비가 국악방송 전체 프로그램 제작비에 달할 정도이고, 아리랑TV나 교육방송의 예산도 국악방송이 방통위에서 받는 예산의 몇 배는 된다”며 “국악방송의 지속적인 발전, 나아가 국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지속해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국악방송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악방송이 여러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있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국악방송TV 시청률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요. K팝이 K컬처로 확산하고 있는데, 그 저변에 국악을 포함한 K뮤직이 없다면 언제 사상누각처럼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국악방송이 K뮤직을 통한 K컬처 확산에 계속해서 힘을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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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전북 남원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 학사 및 동 대학원 문학 석사·박사 △고려대 한국학과 교수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재위원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판소리학회 회장 △구례동편소리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 △1998년 제8회 춘향문화선양회 춘향문화대상 학술부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