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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4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16조5203억원이다. 반년 만에 지난 한 해 전체 매도금액(24조5652억원)의 67%에 해당하는 외국인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13% 급락한 지난 6월 외국인 매도세가 몰렸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5월까지 10조5952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팔았는데, 지난 한 달간은 5조5816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달 반동안 내다 판 금액을 6월에는 한 달만에 서둘러 팔아치운 셈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와 제조업 순매도세가 거셌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 1위는 제조업으로 4조6363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던졌다. 전기전자업도 4조4975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아슬아슬하게 30%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외국인 코스피 비중은 30.86%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7월28일 30% 선이 붕괴한 뒤 회복까지 1년이 걸렸다.
외국인 자금 이탈의 의미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에 특히 크다. 외국인 상당수가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8조800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최근 한 달간 3조8534억원을 팔아치우며 ‘팔자’세에 속도가 붙었다.
주당 7만8900원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연고점을 찍은 지난 1월12일 외국인 지분율은 52.20%였지만 4일에는 49.59%로 떨어졌다. 주가도 4일 5만7100원으로, 연초보다 25.75% 하락했다. 지난달 20일 이후로 50%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보유율이 50%를 밑돈 건 2016년 이후 6년만이다.
외국인 ‘탈(脫)한국’은 하반기 더 거세질 전망이다. 우선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2분기 매출 및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 2분기 매출 전망치는 한 달 전 증권가 전망치 78조원에서 76조원으로, 영업이익도 15조원에서 14조원으로 줄었다. 세계 각국 스마트폰과 PC 판매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PC 출하량이 작년보다 9.5%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뭉칫돈이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2~3%에 달하는데 굳이 수익률이 높지 않은 한국 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