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윤석열표 복지`, 현금 살포 대신 서비스 확충"[인터뷰]

김유성 기자I 2022.02.23 06:00:00

尹 복지 분야 조언자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국민 기본소득, 경제 성장에 큰 도움 안 돼
서비스 복지 확충해야 고용 늘고 성장도 늘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2일 “전 국민에게 현금을 주는 선심성 현금 복지가 아니라 보육, 교육 등 서비스 복지에 집중할 때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금 지급은 사회 취약계층에 제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안상훈 교수 제공)


그 근거로 연금 개혁 등을 통해 현금성 복지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서비스 복지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유럽 복지국가들을 예로 들었다.

안 교수는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복지국가들의 자체 개혁에 대한 얘기가 공론화 됐다”면서 “북유럽 국가들도 예외 없이 연금개혁이나 실업급여 개혁 등을 통해 현금성 복지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자유주의 연금 개혁을 시작한 스웨덴의 경우 아동 돌봄, 방과 후 교육, 청장년 시대 고용 서비스, 보건의료, 간병 등의 복지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기존에 방만하게 운영됐던 현금성 복지를 줄여 그 돈을 서비스 복지에 돌린 나라들은 성과가 좋았다”면서 “성장도 하면서 분배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전면에 내세운 기본소득 예산 규모가 26조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전 국민에 풀면 일주일에 1만원이 돌아간다. 대신 이 예산을 돌봄이나 교육, 간병 등의 복지 서비스 확충에 쓴다면 1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생산을 위한 3요소에서 노동이 어마어마하게 늘면 성장으로 곧장 이어진다”며 “사회 복지가 일자리 창출 효과뿐 아니라 성장 이바지로 이어져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적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소득이 돼야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히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명백한 포퓰리즘”이라면서 “현금복지는 취약 계층에 두텁게 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복지는 `중부담 중복지 국가` 형태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한국의 복지 수준이 세금을 적게 부담하고 받는 복지의 양이 적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 형태이고, 유럽 복지국가의 형태가 ‘고부담 고복지 국가’라면 그 가운데 지점에서 한국의 복지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이제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성장도 해야 하고 다른 나라들과 경쟁도 해야 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부채 발행을 (현금성 고복지) 모델을 했던 나라들은 다 위기를 겪었다”고 전했다. 이어 “세금을 별로 안 내고 국채 발행을 통한 복지 모델은 따라가서는 안 되는 모델”이라면서 “`중부담 중복지` 형태로 서비스 복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기조”라고 덧붙였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안상훈 교수 제공)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복지와 관련해 윤석열 후보에 어떤 조언을 했나.

△제 전공은 ‘자본주의 수정 전략 비교’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개념은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나왔다. 전쟁국가의 반대개념이다.

양차대전이 끝난 후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인식했다. 쉽게 말하면 ‘착한 국가 만들기’다. 유엔도 마찬가지다. 유엔도 전세계적으로 복지 일을 많이 하는데, 이런 연원이 있었던 것이다.

복지국가는 수정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표현형이다. 조금 넓게 얘기하면 노사관계부터 양성평등 등 여러 가지를 포괄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는 양차대전 이후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자’는 인식에서 나왔다.

이런 세상의 전제조건 중 하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주류 경제학에서도 토대가 된다. 생산체제 중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 자본주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서구 공산주의 운동은 종언을 맞이했다. 사회민주주의 국가들도 사회주의 계열이지만 공산주의로부터 이탈한 세력이다. 자본주의에 붙은 것. 자본주의 수정으로 복지국가의 개념이 차곡차곡 쌓여왔다.

양차대전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하면, 자본주의가 완전히 ‘잭팟’을 터뜨렸다는 점이다. 전후 복구 등을 통해 어마어마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50~60년대 20년 동안 서구 자본주의는 어마어마한 성장을 했다. 그 동안 복지국가 프로젝트가 가동했다. 복지국가를 굉장히 통 크게 진행했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1973년 1979년 오일쇼크다. 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가 끝나게 됐다. 이후에도 (50~60년대처럼) 못하게 됐다.

1980년대부터 레이거노믹스 등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친 이유는 오일쇼크에 있다. 1980년대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개혁을 얘기하게 됐다.

정치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잘한 나라는 연금 개혁이나 실업급여 개혁을 통해 복지를 줄였다.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금개혁은 스웨덴이 제일 먼저 했다. 이후 딴 나라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실업 급여를 축소했다. 이런 변화가 1990년대 이후 새 천년 들어 쭉 이어졌다.

그 기간 복지국가 개혁은 총량적인 축소에만 있지 않았다. 복지국가가 돈 쓰는 방식을 굉장히 다르게 가져갔다. 복지를 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현금을 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 서비스로 주는 것이다. 사회 서비스는 아동 돌봄, 방과 후 교육, 청장년 고용 서비스, 노인 보건 의료 간병 등이다. 복지국가들은 이쪽을 상당히 강화했다.

기존에 보면 방만하게 운영됐던 연금이나 현금성 복지를 줄여 사회 서비스로 돌렸다. 이들 나라의 성과는 괜찮았다. 성장도 하면서 분배도 했다.

우리는 이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른 나라와 경쟁을 해야 하고 성장도 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니 복지 서비스도 늘려야 한다. 중부담 중복지 정도다.

세금을 부담하는 정도와 복지 수준이 맞춰져야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된다. 저부담 중복지나 저부담 고복지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한다. 국채 등의 부채 발행을 통해 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들은 다 위기를 겪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나라들이다. 일본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세금은 별로 안 걷으면서 국채를 발행해 복지에 쓰는.

이런 모델은 우리가 따라가면 안되는 모델이다. 우리는 현재 저부담 저복지 국가다. 부담을 어느 정도 올리면서 복지도 어느 정도 올려야 한다. 현금 복지 말고 서비스 복지로 해야 한다. 이게 우리 쪽 기조다.

-서비스복지에 대한 개념 설명을 다시 한번 해달라.

△아동 보육, 교육, 보건 의료, 고용 서비스, 그리고 노인들 돌봄 관련된 것들이다. 조금 넓게 보면 문화 이런 것도 포함된다.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게 돌봄 서비스다. 아동 돌봄,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이다.

윤 후보가 정치를 시작할 때 거의 처음 나를 만났을 것이다. ‘대통령을 왜 하려 하느냐, 이유가 뭐냐’ 물었다. 본인의 주특기인 분야 ‘공정과 상식’ 이런 얘기를 했다. 외교나 안보 쪽도 본인의 생각이 있지만, 복지 쪽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를 보자고 한 것 같다.

이때는 이재명 후보 쪽에서 기본 소득 얘기를 한창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구 선진복지 국가들은 현금 복지를 줄이고 사회 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해서 고용과 성장을 이뤄냈다.

사실 선거에서는 서비스 복지보다 현금 복지가 확실한 표가 된다. 그런데 윤 후보는 다 듣고 공부하는 와중에 결심했다. 표가 안되더라도 나라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회 서비스 복지 국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본인에게는 상당히 신선했다. 그래서 돕는 것이다. 득표에 현금 복지가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복지를 하자고 했다.

물론 현금 복지도 필요하다. 그러나 전국민 기본 소득이라고 하면서 26조원을 확보하면 일주일에 1만원씩 주는 것이다. 이게 기본 소득인가?

기본 소득은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 소득이다. 우리 기조는 현금을 그렇게 살포하는 것을 명백하게 포퓰리즘으로 본다. 현금 복지는 사회 취약계층에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몰아줘야 한다. 이에 따라 취약 계층에 더 두텁게 해 드리는 게 공약화됐다.

대신 전국민 대상으로 하는 복지는 보육이나 간병 등이다. 이것은 국가가 책임지겠다. 아까 말했던 고용 서비스, 보건 의료 쪽에서도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약을 냈다. 큰 틀에서 낼 것이다.

-소상공인에 직접 현금을 주는 것은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에서 방역 대책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엄청 세게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준전시상태라 보면, 그들은 우리가 얘기하는 ‘명백한 취약계층’이 된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직접적인 피해를 담보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한 것이다. 거기에 보상이 들어간다면 첫번째로 공정한 것이다. 자영업자만 죽어 나가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것은 국민적 합의로 한 것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다 어려우니까. 이게 복지다.

기초연금 증액도 마찬가지다. 노인 그룹은 명백한 취약 계층이다. 빈곤율이 거의 50%에 이른다. 노인 그룹은 지금도 상위 30%에는 기초연금을 안 주고 있다. 지금 주고 있는 액수에서 10만원씩 더 드리는 것이다. 이것 해봐야 노인 빈곤율 조금 더 낮추는 것 밖에 안된다. 다 못푼다.

그런데 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들의 가처분 소득은 올라가는 효과를 보게 된다.

-현금성 복지의 폐해를 얘기한다면?

△현금 복지는 성장 침해 효과가 크다. 저쪽에서는 케인즈가 얘기하는 유효 수요 창출을 많이 얘기한다. 사전 손실 효과라고 해서 돈 있는 사람들은 저축을 할 뿐 소비를 안 한다. 동네 물가도 오른다. 빈곤층은 더 힘들어진다.

또 하나는 노동 동기 침해 효과가 있다. 노동 경제학에서 인간의 시간 24시간 중 필요재생산 8시간 빼면 16시간을 쓴다. 이 중 일할 것이냐 여가냐 선택할 수 있다. 호주머니에 현금이 있으면 여가 시간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다. 근로 가능한 빈곤층에 대해서는 직접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일정 일을 하면 확충해서 돈을 더 주는 게 효과적이다. 빈곤층을 돕는다면, 현금 복지를 하더라도 근로 동기 침해가 없도록 설계를 하려고 한다.

-서비스 복지는 일자리 증대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성장 증대 효과가 무지무지하게 크다. 우리의 생산 함수는 어떻게 구성되나. 토지, 노동, 자본에 기술 등을 더한다. 이중 노동 투입량을 늘리면 성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금 복지는 위험하다. 노동이 빠지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 서비스는 정부가 돈을 쓰는대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예컨대 이재명 후보가 1단계 기본 소득이라고 해서 26조원을 얘기했다. 전국민에 일주일에 1만원씩 주는 꼴이다.

이 26조원을 서비스 복지에 쓴다면 연봉 2600만원 일자리가 100만개가 만들어진다. 100만개 일자리가 늘어나면 노동 투입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생산 함수에서 당연히 노동이 늘기 때문에 곧바로 성장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회 서비스 복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이런 고용을 통해 성장에 이바지하는 효과는 클 수 밖에 없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된다.

요양이나 돌봄 쪽도 그렇다. 어린이집 보면 매번 학대 얘기가 나오지 않나. 왜 그런가. 진짜 박봉에 시달리는 중노동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남의 애들 데려다 돌보다보면 발생할 수 있다.

박봉 수준의 이들 급여를 올려주면 서비스 품질이 올라간다. 두 사람이 10명 보던 것을 3명이 10명 보면 노동 강도가 줄어든다. 학대도 감소한다. 서비스 품질 고도화가 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인데, 복지를 계속 늘려갈 수 있을까.

△그래서 중부담 중복지로 가자고 얘기하고 있다. 민주당이나 진보 쪽에서 얘기하는 것은 고부담 고복지다.

고부담 고복지는 우선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저성장 국면인데다 자본주의 황금기도 아닌 지금, 이렇게 가기 힘들다.

사실 유럽 국가들도 고부담 고복지를 줄이고 싶어 한다. 복지를 줄이고 싶은데 못 줄이는 것이다. 고부담 고복지의 현금 복지로 갔다가 겨우 설득을 해서 서비스로 대체한 것이다.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개혁 과정을 거쳤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도 제대로 성장해서 톱3 안에 들어가보자, 혹은 우리 국민들 마음에 그 생각이 있다면, 성장에 ‘룸(room)’을 더 줘야 한다. 복지로 다 써버릴 수는 없다.

-중부담 중복지가 한국 복지의 갈 길이란 얘기인가.

△그렇다. 더불어 사회 서비스 포션을 가져가자는 것이다. 서비스는 할 수 있으면 유럽 수준으로 하고 현금 복지는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유럽은 전국민에게 나눠주는 게 많은데, 우리는 그것을 좀 절약하자는 취지다.

-저출산을 줄이기 위해 직접 현금을 주는 안도 있는데.

△돈을 주면 아이를 더 낳을까. 빈곤층에는 효과가 있다. 중간·상층으로 갈 수록 효과는 줄어든다.

지금까지 서비스 경제 효과에 대해 얘기했는데, 서비스 복지는 여성을 고용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 고용률이 낮다. 대졸여성들이 경력 단절이 생겨서 경제활동을 더 안 한다.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들은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애들은 누가 키우나. 서비스 복지가 필요한 이유다.

애들은 국가가 키워줘야 한다. 서비스 복지를 하는 많은 나라들은 여성 고용률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다. 경력 단절이 없으니까. 당연히 출산율도 올라간다. 캐나다 등도 서비스 때문에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이지, 현금 준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젊은 세대에 있어 비혼 선택이 무지 많다. 이제는 결혼도 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문제 뿐만이 아니다. 뿌리 깊은 가부장주의, 남녀 평등, 젠더 문제 등이다. 이런 것에 있어서 돈 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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