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부동산·주식 과세 늘려 교육 지원…계층사다리 다시 놔야"

최정희 기자I 2022.01.01 06:45:00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신년인터뷰 ①
"계층 상승의 희망 포기하는 상황은 국가적 위기"
자산과세 강화해 저소득층 ''대학원까지 교육비 지원''
부동산 가격 안정·소득재분배·계층간 사다리 강화 필요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젊은이들이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건 국가적인 위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계층 간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노태우 정권 시절 현재의 국토교통부 장관인 건설부 장관을 지내고, 노무현 정권에선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던 박승 전 한은 총재는 경제를 넘어 국가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늘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대표적인 경제 원로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새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계층 사다리였다.

실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 등 대표적인 K-콘텐츠는 사업하다 빚더미에 앉게 된 사람들의 돌파구를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콘텐츠로서의 성공에도 뒷맛이 씁쓸한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서글픈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며, 그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현실의 씁쓸함보다 더 암울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패자부활전이 없었던 사회에 코로나19 이후 나타났던 집값 폭등은 단순히 빈부 격차 뿐 아니라 세대 갈등, 나아가선 교육 격차, 일자리 격차 등 각종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켰다. 이런 갈등은 3월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차기 정부의 주된 과제가 될 것이다. 정권 창출의 성패를 가를 무기 또한 각종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로 모아질 전망이다.

박 전 총재는 유선으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현재의 부동산 문제부터 양극화 해소와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 만들기, 금리 정책, 새 정부의 과제 등을 망라한 종합 대책을 제시했다.

박 전 총재는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것은 국가적인 위기”라고 우려했다. 계층 상승 사다리의 핵심을 교육이라고 명시한 그는 부동산 보유세, 주식 등 금융소득 과세 등 자산 과세를 강화하고 이를 재원으로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해 대학원비까지 부담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 소득재분배, 계층 간 사다리 강화를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능력이 있는 데도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해 가난한 자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부터 시작하되 정부 재원이 가능하다면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가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 보유과세를 강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박 전 총재의 주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괴롭히던 집값 상승이 올해부턴 장기 하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말 쯤엔 기준금리가 2% 수준으로 올라 대출 금리 상승으로 집을 사는 것보다 집을 팔아 대출을 갚는 게 더 이익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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