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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인플레 충격 오고 있나…미 도매물가 9.6% 폭등(재종합)

김정남 기자I 2021.12.15 06:44:58

미국 11월 PPI, 전년비 9.6%↑ '역대 최고'
기업發 인플레, 소비자 판매가격 더 올릴듯
'인플레 부담' 미 연준, 긴축 속도 확 높인다
CNBC 설문…전문가들 내년 6월 인상 전망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미국의 도매물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공급망 대란과 노동력 부족 탓에 기업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말로 갈수록 이같은 흐름은 더 강해지는 기류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월 미 PPI 물가, 9.6% 폭등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6%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2010년 11월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9.2%)를 뛰어넘었다. 1970년대 중반 혹은 1980년대 초반 같은 초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만한 수준이다.

PPI 상승률은 올해 1월만 해도 1.6%에 불과했다. 그런데 2월 3.0%로 오르더니 3월 이후 4.1%(3월)→6.5%(4월)→7.0%(5월)→7.6%(6월)→8.0%(7월)→8.4%(8월)→8.8%(9월)→8.8%(10월)→9.6%(11월) 등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에너지(43.6%), 식료품(11.6%), 교통 서비스(13.8%) 등이 큰 폭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력 부족이 만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한 악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월과 비교한 PPI 상승률은 0.8%를 나타냈다. 0.6%를 기록했던 10월보다 높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년 동월 대비 6.9%를 뛰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10월과 비교해서는 0.7% 올랐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 가격에 의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매물가라고 하면, PPI는 도매물가 격이다. 11월 CPI 상승률이 6.8%로 1982년 6월(7.2%) 이후 거의 40년 만에 가장 높았던데 이어 PPI의 경우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느끼면 소비자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순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말 대목에 소비까지 늘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CNBC는 “미국 경제를 괴롭히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가파른 긴축 불가피할듯

이에 따라 물가당국인 연준이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테이퍼링(채권 매입 속도) 규모를 현재 월 150억달러에서 월 300억달러까지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속도라면 내년 3월 테이퍼링을 끝내고 곧바로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할 수 있다.

CNBC가 시장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를 보면, 첫 인상 시기로 거론된 때는 내년 6월이다. 9월 조사 때는 내년 말까지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그 시기가 확 앞당겨진 것이다. 연준이 내년과 내후년 각각 세 차례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 컨센서스다.

다만 월가 일부에서는 이미 내년 3월 혹은 5월 FOMC 때부터 연준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골드만삭스는 첫 인상 시기를 당초 내년 6월에서 내년 5월로 당겼다.

‘연준이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냐’는 질문에는 찬성 45%, 반대 48%로 전문가들의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연준은 특히 기대인플레이션 급등을 눈여겨 보는 분위기”라고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10월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 기준)은 5.7%다.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2.0% 수준에 안착하도록 하는 게 본질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정책적으로 용인 가능한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10%에 육박한 PPI 상승률로 인해 이날 뉴욕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4% 각각 내렸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7.78% 상승했다. 그만큼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는 뜻이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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