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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어느 한 편에 서라는 압박에 놓여 있다. 23일 국회에서 만난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독보적 과학기술 국가’로 전력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들이 모여드는 아시아 창업 허브국가로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중 갈등의 본질을 ‘기술 패권경쟁’으로 꼽았다. 산업혁명 후 세계 질서의 재편이 왔듯이 4차 산업혁명으로 공급망의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배터리는 이제 친환경과 에너지 경쟁력을 모두 좌우하는 ‘제2의 석유’가 됐다. 독보적인 배터리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를 미중 모두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보적 기술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돈과 사람이 모여야 한다. 이 위원장은 “(민족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것은 좋은 일이나, 이민을 통해 유능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인종이 함께 어울려서 사는 네덜란드나 다국적 기구와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는 글로벌 기업 아태본부 3800개 정도가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는 고작 100개 정도”라며 “다국적 기업들의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는 것 자체가 미국과 중국, 어느나라에게도 한국에게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라 프렌치 테크’와 같은 아시아기술벤처대회를 여는 것을 제시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정책인 라 프렌치 테크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혁신적인 창업을 기획하고 있는 창업자와 투자자, 엔지니어와 그들의 가족이 프랑스에 쉽게 머물 수 있도록 출입국 제도를 개선하고 대회를 통해 선발된 팀에게는 6000만원 정도의 자금과 일할 공간, 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랑스 파리는 독일 베를린에 버금가는 창업혁신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도 이같은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중·일·러가 협력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 아이디어로 제시한 것이 ‘나비프로젝트’이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으며 새롭게 부상하는 북극항로와 기존의 적도항로가 마치 나비의 날개와 닮아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그 날개를 잇는 ‘몸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나비프로젝트는 그가 여시재 원장 시절부터 한·중·일·러 주요 지도자급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꾸준히 강조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입장에서는 서부가, 중국에게는 동북 쪽이 미개발 지역이다”라며 “나비프로젝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개발 지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로부터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으며 성장이 생길 때 싸움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도 우리 외교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관련해서는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만과 네덜란드도 위안부가 있다”며 “국력이 생긴 지금, 우리는 한일 문제로 좁혀나가기보다 전지구적 운동장을 다 쓰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디지털 협력 등 일본이 협력을 희망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열린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