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당돌한 변신…'웰메이드 뮤지컬'로 돌아온 '레드북'

장병호 기자I 2021.06.24 06:00:00

솔직 당당한 ''안나''로 뮤지컬 첫 주역 나서
아이돌 편견 깨고 뮤지컬 배우 가능성 보여줘
3년 만의 재공연…작품 완성도 ''업그레이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잘라드릴까요? 뽑아드릴까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레드북’에서 주인공 안나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김세정이 당돌하게 말한다. 일자리를 찾던 안나가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가게 주인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하는 말로, 안나의 남다른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뮤지컬 ‘레드북’ 안나 역의 가수 김세정 캐릭터 포스터(사진=아떼오드)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I.O.I)와 구구단 출신으로 그동안 귀엽고 털털한 이미지로 대중과 만나온 김세정은 첫 뮤지컬 주연작인 ‘레드북’에서 당당한 여성 안나 역을 맡아 기존 이미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3년 만의 재공연으로 지난 4일 개막한 ‘레드북’은 김세정을 비롯해 초연 멤버 아이비, 새로운 캐스트 차지연 등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들이 안나 역에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현재 오픈된 회차 대부분이 매진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수동적인 숙녀보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고 싶은 여자 안나와 신사로 사는 법밖에 모르는 남자 브라운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성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발언하며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추구하는 안나를 통해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김세정은 첫 뮤지컬 주연임에도 자신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통해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날 공연에선 2막 시작 전 영상 장비에 사고가 발생해 공연이 잠시 지연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황스러운 사고였음에도 김세정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흔들림 없이 춤과 노래를 소화하며 안정적으로 무대를 마쳤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레드북’의 안나는 털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데 김세정은 자기 색깔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캐릭터의 매력을 잘 보여줬다”며 “몸짓, 표정 등 캐릭터와 적확한 연기를 보여줘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실력 있는 신인 뮤지컬 배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뮤지컬 ‘레드북’ 연습 중인 가수 김세정의 모습(사진=아떼오드)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던 ‘레드북’은 이번 재공연에서 더 풍성해진 무대 세트 등으로 작품 완성도가 업그레이드 됐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웰메이드 뮤지컬’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박 칼럼니스트는 “초연도 좋았지만, 이번 재연을 보니 작품의 디테일도 더 좋아졌고 주제 또한 더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김세정은 개막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쇼케이스를 통해 “연습 현장이 너무 행복하고 재밌어서 이 극을 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신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신나는 마음이 무대에서 너무 티가 날까봐 걱정도 된다”며 “신나는 마음을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관객이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브라운 역에는 송원근, 서경수와 SF9 인성이 캐스팅됐다. 홍우진, 정상윤, 조풍래가 로렐라이 역, 방진의, 김국희가 도로시·바이올렛 역으로 함께 출연한다. ‘레드북’은 오는 8월 22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레드북’ 공연 장면(사진=아떼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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