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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을 상대하는 국내 대표 은행·증권 프라이빗뱅커(PB) 7명 모두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강남의 큰손들은 여전히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았지만,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강남부자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시중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65조8989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 2월 말(63조8585억원)과 비교해 2조원 이상 늘었다. 고객예탁금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아 잠시 보관 중인 예수금으로 언제든 주식시장 투자를 염두에 둔 자금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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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속도 역시 빠르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는 분위기라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률이 오르며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고, 기업 실적도 오름세로 전환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9% 늘어나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 이후 2년만의 분기별 증가세를 기록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지금 변동성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면서도 “이제 지난해에 소외됐던 경기민감업종 등을 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강남 큰손들이 작년에는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언택트·기술주에 투자했다면, 이제 철강, 화학 등 빛을 덜 보던 경기 민감주나 호텔·레저, 화장품 등 내수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테슬라 등 미국 기술주를 장바구니에 담았다면, 이제는 유럽 중국 등의 지역도 주목하고 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안전자산인 금이나 달러 비중 확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달러가 최근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이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돈풀기에 재차 나서면 약세로 전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시각은 엇갈렸다. 황선아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부지점장은 “자산가 본인 자신은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미래자산으로 생각으로 자녀들에게 투자를 권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는 만기 1년 미만인 우량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채 위주로 방망이를 짧게 잡으라고 조언한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한 만큼, 금리 상승 국면에 잘못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변동성 장세에서 채권 투자를 활용하고 싶다면 단기채가 낫다”면서도 “현재 시점에선 조정이 올 때마다 현금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