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쿠팡이츠, 도 넘은 '배민' 견제에 소상공인 울상

이성웅 기자I 2020.06.13 07:00:00

주문 중개 수수료에 배달 중개 수수료 합치면 6000원
1만2000원짜리 메뉴 하나 팔고 남는 돈은 '1200원'
배달원에게 주는 돈 줄었지만, 배달요금은 그대로
외식업계서도 '수수료 과도하다' 지적 나와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외식배달앱 시장의 후발 주자 ‘쿠팡이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겨냥해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적용하면서다. 저렴한 배달요금을 강점으로 이용자들을 모은 뒤 입점 업주들로부터 배달요금을 지나치게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오는 15일부터 서비스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쿠팡은 지난해 5월 서울 강남 3구에서 쿠팡이츠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서비스 지역을 꾸준히 늘리면서 정식 서비스로 출시했다. 15일 노원구와 도봉구가 추가되면 서울 내에선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쿠팡이츠는 초기엔 배달료가 없다는 점과 30분 이내 배달을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또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주문 당 단돈 1000원만 받아 초기엔 입점업체에 매력적이었다. 배민이나 요기요와 같은 주류 배달앱과 비교해 수수료가 월등히 저렴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 씨는 “초기엔 손님에게 배달비도 안 받고 주문 최소금액도 0원으로 해서 수수료 20%를 받겠다면서 계약을 제안했다”며 “그러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계약 갱신을 했는데, 지역 담당자가 들고 온 계약서엔 건당 수수료 1000원에 배달 요금 5000원을 더해 총 6000원이 수수료로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경우 쿠팡이츠에 수수료와 배달요금으로 6000원을 주게 되면 사실상 남는 돈이 없다. 1만2000원짜리 메뉴를 하나 팔면, 원가 비중이 40%에 달한다. 주문 중개 수수료와 배달 요금으로 6000원을 떼고 원가 4800원을 제하면 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음식가격의 10%인 1200원에 불과하다.

‘배달료 0원’을 내세워 이용자 모으기에 급급한 나머지 소상공인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이츠가 부담해야 할 일종의 마케팅 비용을 소상공인들이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시장 1위인 배민을 겨냥한 영업활동도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문제로 꼽히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없애고자 최저주문금액을 높이거나 쿠팡이츠에서는 음식가격을 높게 받으려고 하면 해당 지역 담당자가 등록을 막는 사례도 있다.

박씨는 “쿠팡이츠 쪽에선 배민과 금액을 똑같이 해야 한다고 요구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게, 쿠팡은 입점 업체별로 수수료 계약 조건이 다 다르다”며 “배민하고 가격 조건이 똑같지 않으면 쿠팡이츠에 등재할 수 없다든가, 특혜를 안 주는 식으로 담당자가 계약을 몰고 간다”고 불만을 표했다.

일각에선 쿠팡이츠 담당자가 ‘수수료가 부담이면 배민 쪽의 최저주문금액과 음식 가격을 높인 후에 이와 동일하게 쿠팡이츠에 등록하고 그 뒤에 다시 배민 가격을 수정하라’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잦은 가격 변동으로 단골손님이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쿠팡이츠 쪽에선 배민과 동일한 조건을 강요하는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쿠팡이츠를 이용하시는 고객들을 위해 업주들이 최소한 비슷한 가격대에 고객에게 판매를 해주기를 요청하는 건 약소기업에서 가격경쟁력을 맞추려는 노력이며 생존싸움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고 답했다.

배달원을 위한 쿠리어 앱 캡처. 초기와 달리 기본 배달요금이 2500원선으로 낮아졌지만, 점주들이 내는 배달 중개 수수료는 변함이 없다. (자료=독자제공)
박씨는 쿠팡이츠가 전속 배달원(쿠리어)에게 주는 돈을 줄였지만, 점주들이 내는 배달 중개 수수료는 그대로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호기심에 쿠리어앱도 깔아놨었는데 예전엔 배달원이 받는 돈이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9000원까지도 가져갔는데 최근엔 2500~3500원 수준이다”며 “당연히 배달원에게 주는 돈이 적어졌으면 수수료도 줄어야 하는데 변함이 없어 담당자에게 묻자 (쿠리어와)부서가 달라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쿠팡이츠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점주들 얘기를 들어보니 배달 중개 수수료로 떼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랐다”며 “점주들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본사 간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쿠팡은 기본요금이 줄었지만, 평균요금은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 파트너의 배달료는 쿠팡이츠 파트너의 수요, 기상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며, 기본료 이외에도 거리별 픽업과 배달 할증료가 추가된다”며 “이를 전부 계산했을 때 평균단가는 여전히 5000원을 초과하지만 5000원으로 배달요금을 고정해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와 별개로 업주가 자유롭게 배달중개료 중 고객 부담분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