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신도시 노른자 땅에 ‘행복주택’ 건립…딜레마 빠진 국토부

김용운 기자I 2020.04.20 05:30:00

LH 미매각 용지 전수 조사
판교·위례·김포 67만㎡ 필지 등
행복주택 공급 가능 입지 검토 중
지자체·주민 반발 극복이 관건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2기 신도시인 판교신도시를 조성하던 2005년. 당시 성남시와 LH는 판교테크노밸리와 가까운 판교동 493번지 내 약 1만6000㎡ 택지를 학교용 부지로 용도를 지정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며 마련한 학교 용지는 LH 소유의 빈 땅으로 남아 있다. 교육정책의 변화로 특목고 유치가 무산됐고 결국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 ‘학교용지 해제요청’ 공문을 성남시와 LH에 보내 학교를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판교동 493번지 부지는 판교2테크노밸리와 반경 1km내에 위치한 만큼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판교2테크노밸리와 직주근접을 할 수 있는 부지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판교신도시 조성 당시 학교용 부지로 지정된 판교동 493번지 내 약 1만6000㎡ 면적의 공공택지. 하지만 15년이 흐른 현재 학교는 들어서지 않았고 철조망에 둘러 싸인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2기 신도시 미매각 부지에 행복주택 추진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행복주택을 추가 공급하기 위해 2기 신도시 내 미매각 용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외에 파주 운정신도시, 앙주 옥정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에서 아직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부지를 물색한 뒤 용도 변경 등을 통해 행복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행복주택의 입지 선정을 놓고 국토교통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부터 추진한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주변시세의 60~80%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공급물량의 80%를 젊은세대에게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또한 기존 대형 택지개발과 달리 역세권이나 유휴시설 등의 국유지나 공유지, 공기업 보유토지, 도시재생용지 등 소규모 부지를 이용해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주근접성을 높여 젊은세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토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택지개발지구 내 미매각 용지의 용도변경을 통해 수도권에 행복주택 등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LH의 2기 신도시 내 미매각 부지는 약 67만㎡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행복주택 공급 대상지를 발굴하고 지자체 협의와 민관합동 ‘후보지선정협의회’ 논의를 거쳐 입지를 확정한 뒤 올해 하반기 내로 주택사업을 승인한다는 계획이다. 미매각 부지 중에는 판교동 493번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행복주택 용지 추가 지정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행복주택은 젊은세대를 위해 도심 내 역세권 등 직주근접성이 좋은 유휴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2기신도시 내 미매각 용지 중에서 역세권이나 업무지구가 가까워 행복주택의 성격에 맞는 미매각 필지는 판교동 493번지 외에 판교신도시 내 백현동 567번지(1만9111㎡)와 심평동 725번지(1만2152㎡)를 비롯해 위례신도시 내 각각 4만4000㎡에서 4만9000㎡ 면적의 지원시설 용도 3필지 정도가 꼽힌다. 이들 필지 외에 파주 운정, 화성 동탄, 김포 한강, 평택 고덕 등의 미매각 필지는 대부분 행복주택의 공급 취지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했거나 필지 면적이 대부분 5000㎡ 이하로 적은 편이다.

국토부에서는 2기 신도시 중 특히 판교신도시의 행복주택 수요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시공사가 2018년 판교신도시와 가까운 성남하대원에 공급한 행복주택은 14가구 모집에 944명이 신청해 평균 67.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입주를 모집한 성남판교 경기행복주택 역시 300가구 모집에 4078명이 신청해 평균 13.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26A2B형의 경쟁률은 무려 102.51대1이었다. 경기도시공사의 다른 지역 행복주택이 적지 않게 미달인 것과 비교했을 때 도드라진 경쟁률이다. 내년 판교2테크노밸리 조성을 마무리하면 판교테크노벨리에는 2000여개 회사가 입주해 10여만명이 근무하게 된다. 이에 따른 공공주택 수요도 커질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판교신도시 행복주택 건립 쉽지 않아

하지만 판교신도시 내 행복주택 추가 공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내 미매각된 학교 용지를 LH로부터 매입해 공공시설 부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고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을 추진한 8000억원 규모의 판교구청 예정부지를 최근 엔씨소프트가 매입 의사를 밝혀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교신도시의 미매각 필지들은 2기 신도시 미매각 필지 가운데 행복주택 취지에 어울리는 필지로 평가받는다”며 “그렇지만 행복주택 입주를 반대하는 지역 여론과 지자체의 입장 때문에 사업승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복주택의 목적은 직장과 가까운 곳에 저렴한 주택을 젊은이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었다”며 “정부가 물량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실제로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한다는 행복주택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5년 판교신도시 조성 당시 학교용 부지로 지정된 판교동 493번지 내 약 1만6000㎡ 면적의 공공택지. 하지만 15년이 흐른 현재 학교는 들어서지 않았고 철조망에 둘러 싸인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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