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에서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임병관(가명·63)씨는 학원의 휴원이 한 달 째 이어지면서 이달 월급을 받지 못했다. 무급휴가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수입이 끊긴 탓에 생계가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규모 실직사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예년보다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고용센터를 찾는 신청자가 많게는 70%이상 늘었고, 휴업과 휴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이 채 한달도 안돼 1만 8000곳에 육박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일용직·계약직·비정규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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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부에 휴업·휴직 조치 계획 신고를 한 사업장은 1만7866곳에 달했다.
고용유지지원금제도는 매출액·생산량이 15% 줄거나 재고량이 50% 증가하는 등 일시적 경영난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노동자를 감원하지 않고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한해 매출액 15% 감소 기준 등을 충족하지 않아도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로 인정해 특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비율도 휴업·휴직수당의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인상했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 등은 지원 비율을 90%까지 인상했다.
사업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여행업을 포함한 사업시설관리업(3275곳)이 가장 많았다. 이어 △도·소매업(2899곳) △교육서비스업(2823곳) △숙박음식업(2321곳) △제조업(1831곳) 순이었다. 기타 업종도 4717곳에 달했다.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휴업·휴직을 실시한 곳은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 많았다. 고용유지조치 계획을 낸 사업장을 규모별로 보면(20일 기준) 10인 미만 사업장이 1만3695곳에 달했다. △10~29인 3044곳 △30~99인 874곳 △100~299인 182곳 △300인 이상 71곳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경제쇼크로 인한 피해를 대기업 하청업체나 아웃소싱업체 등이 일차적으로 입고 있다. 직장갑질 119가 메일을 통해 제보를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아웃소싱 업체에서 사전 협의도 없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해고를 통보하거나 계약직 전원을 계약해지를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실업자 규모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발표한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구직급여 지급총액은 7819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6129억원)보다 27.5%(1690억원) 급증한 수치다.
그러나 고용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2월 통계까지는 미미했다며 3월 통계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고용노동센터를 찾는 신규 신청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형편이다.
부산고용노동센터 실업급여팀 관계자는 “지난해 2, 3월과 비교 해보면 적게는 60%, 많게는 70%까지 실업급여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못해도 50%는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은 “계약직 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처럼 실업상태로 전락했을 때 구직급여 등 고용안전망이 받쳐주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며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위한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