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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 11년간 소비자물가지수가 21.8% 오르는 와중에도 사립대 등록금은 0.57% 오르는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등록금은 오히려 큰 폭으로 내린 셈. 교육계에선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대학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정부의 동결정책이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 2008년 741만4800원에서 작년 745만6900원으로 4만2100원 올랐다. 정부가 11년간 등록금 동결정책을 펴오면서 누적 인상률은 0.57%에 불과하다. 국립대 등록금도 같은 기간 424만4700원에서 416만3500원으로 오히려 1.68%(7만1200원) 내렸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8%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지출목적별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08년 대비 2019년까지의 인상률은 약 22%에 달했다. 대학이 속한 교육 분야의 물가 인상률도 같은 기간 18.3%나 됐다. 전체 물가지수와 등록금 인상률 차이는 38배, 교육분야와 비교하면 32배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올해로 벌써 12년째다. 2009년 당시만 해도 등록금 동결정책이 10년 넘게 지속되리란 관측은 없었다.
대학가에선 대학 재정난이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의 주 수입원인 등록금을 묶어놓고 국고보조금은 늘리지 않음으로써 대학 재정 고갈을 초래하고 있다”며 “그 결과 교수학습비·도서구입비·학생활동비 등이 줄고 선택과목과 졸업이수학점이 축소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산업혁명 대응과 대학 경쟁률 제고에서 뒤쳐질 것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A사립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지금 교육·연구 분야에 투자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자체가 도태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학들은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4000억원 지원과 연계, 등록금 인상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수도권 B사립대 총장은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등록금을 올려도 1.95%까지만 인상이 가능하지만 이 만큼이라도 올리려는 이유는 그만큼 대학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뜻”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