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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앙·지방정부 간 입장 차이 드러낸 공시가격

논설 위원I 2019.04.19 06:00:00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입장차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9.13% 올리면서부터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국토교통부가 그제 용산·마포·강남구 등 서울 8개 자치구의 개별주택 450여 가구에 대한 검증작업을 토대로 공시가격 오류를 시정토록 요구한 것이 그것이다. 지자체가 책정한 공시가격을 놓고 국토부가 잘못을 지적하며 가격을 상향 조정토록 요구한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국토부가 표준가격을 대폭 올린 것은 개별 공시가격을 그만큼 올리도록 유도한 것인데도 지자체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자체가 주민들의 불만을 외면하지 못한 결과 공시가격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는 그동안의 방식대로 국토부 지침에 따라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항변한다. 정확한 이유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정부와 지자체 간의 입장차이가 표면화된 것만은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처음부터 표준가격을 공시하면서 특정 지역, 그중에서도 고가 주택을 겨냥해 인상률을 높였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한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옳지 않다. 공시가격이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가만히 앉은 채로 ‘보유세 폭탄’을 맞아야 하는 입장에선 더욱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자체와의 갈등을 피하려고 공시가격 산정 업무를 이번 기회에 아예 한국감정원으로 일원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정책이 초래될 것이다. 표준가격이 지역에 따라 형평성을 잃었다는 불만 해소에서부터 문제 해결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표준가격이 명확한 기준이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됐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 원칙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추측만 키울 뿐이다. 부동산 공시제도의 투명성과 형평성은 표준가격에서부터 적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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