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하노이 시내 멜리아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박2일간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자처했다. 최고 지도자의 일정 등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피해왔던 북한이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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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며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데 있어 보다 중요한 문제는 원래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조치로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 로케트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다”며 북한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내밀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이 정도의 신뢰 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회담 과정에 미국측은 영변 지구 핵 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현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며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측의 이같은 돌발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을 이례적인 정상회담 협상 결렬 사태의 책임이 북한측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한편, 미국측에도 다시 한번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압박을 가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