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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기자와 만난 조천희(44) 비스트플래닛 대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운동 수요는 늘어나는데 헬스장은 폐업률이 높았다”며 “지루한 운동을 시간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렉트로 복싱’ 시스템을 도입한 비스트플래닛. 2017년 8월 창업한 조 대표는 “예전 직장에서 영국 출장 중 ‘1레벨’이라는 클럽형 피트니스센터를 보고 신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하나의 쇼를 하듯 운동을 하며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도 하고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로 복싱이란, 클럽 DJ(디제이)가 디제잉을 하고 클럽과 똑같은 조명을 비추면서 복싱 같은 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최대 30명이 모여 팀을 꾸려 서로 경쟁심을 조성, 자칫 혼자서 하기 힘든 운동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역삼동에 위치한 센터에 가보니 최소한의 핀 조명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조 대표는 “창업 후 직접 고안한 피트니스 프로그램만 100가지 정도 된다”며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게 일렉트로 복싱”이라고 했다.
각각 샌드백에는 태블릿PC가 한대씩 설치돼 있으며, 회원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면 태블릿PC를 통해 칼로리 소모량 등 실시간으로 운동량을 확인할 수 있다. 무작위로 팀을 갈라 아케이드 게임에 운동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경쟁도 펼친다. 월 회비는 30만원이며 현재 유료 회원은 200명 정도다. 조 대표는 “회원 중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40%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은 20대 후반의 여성들”이라며 “주변이 어둡기 때문에 어떤 옷이든 편하게 입고 올 수 있고, 다소 민망한 자세들도 거리낌없이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사실 조 대표는 포스코대우에서 해외 영업·마케팅 팀장을 지낸 ‘상사맨’이었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던 조 대표가 마침 영국의 피트니스센터를 다녀오고 나서 국내 피트니스 판도를 바꾸겠다는 결심이 솟았다. 조 대표는 “95학번인 내가 요즘 헬스장을 들러보니 1990년대 가격대와 거의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가격이 그대로인만큼 서비스나 환경이 나아진 것도 없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헬스장 폐업률이 3년 내 70% 정도더라”며 “가격이 비싸지만 세련된 환경에 그룹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조 대표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렉트로 복싱이라는 생소한 피트니스를 호기심에 경험하러 온 회원들이 더이상 재등록을 하지 않아 회원수 유지가 힘들었다. 조 대표는 “사업 초창기에는 어두운 클럽 같은 분위기에 디제이가 있고 음향이 잘 돼있다는 환경적 요소에만 치중했다. 어쨌든 피트니스는 실질적인 운동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었다”고 고백했다. 조 대표는 “우리만의 효과적인 운동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유명 피트니스 강사들의 영상 같은 것을 참고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 결과 20%에 그쳤던 회원들의 재결제율이 70%까지 올랐다.
조 대표는 일단 비스트플래닛 직영점을 점차 늘려가면서 동시에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직영점은 1년에 2개 정도씩 늘려서 5년 내 10개 정도만 채울 예정이다. 너무 많으면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비스트플래닛의 기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